여행/14 LONDON 2015. 1. 9. 19:15

[LONDON] 8. V&A Museum (2) 도자기, 유리, 가구, 무대미술, 샵

141027, 28 





Victoria & Albert Museum 두번째 포스트 : 도자기, 가구, 유리, 무대예슬, 뮤지움샵




1. 도자





방과 방을 잇는 원형홀에 이렇게 둥근 선반이 있는데 자연조명을 받으면 이 군집과 프레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일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맞은편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보게됨




방 안에 끝없이 펼쳐진 도자기들.


 



단순히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입주한 작업실과 연구실도 있고, 도자기를 만들기위한 재료, 과정, 기법등도 전시하고있다. 예술 전공 학생들이나 작가들이 언제든 와서 스터디도 하고 영감도 받을수있도록 잘 갖춰져있어서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선 어딜 가야하나요..;;)








2. 유리



도자쪽 보다는 좀 적은 양이지만 여기도 만만치가 않다




3. 가구


디자인사 시간에 배웠던 다양한 양식들의 가구덕에 눈이 즐겁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행하는 북유럽스타일 어쩌구는 정말 지겹다. 1 2년마다 옮겨다녀야하는 좁은 원룸라이프스타일에는 어울리긴 하지만 그 이상의 다양함을 즐길수있는 취향이 전국민적으로 퇴화하고 있는 느낌. 이제 이케아까지 들어왔으니 당분간 더하겠지.





Boulle Marquetry (불 마케트리?) 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자개농에 쓰이는 상감기법으로 장식된 18세기즈음의 가구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점점 손이 많이가는 이런 장식들을 보기 힘들어져서 더 눈이 가는지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친절하게도 V&A Museum웹사이트에 관련동영상이 나와있다..


http://www.vam.ac.uk/content/videos/h/how-was-it-made-boulle-marquetry/





3. 무대예술


연극이나 오페라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좀더 공부해보고 싶어진 무대미술 분야 (scenography)

CT에서 디지털 시노그래피와 퍼포먼스 관련 연구하시는 교수님이 계셔서 조금 기대하고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학기에는 개설된 수업이 없다 ㅠㅠ


공연의상, 무대, 소품, 포스터, 티켓, 사진, 대본 등등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아트웍들이 전시되어있다.




마침 러시아 아방가르드 시대의 이념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특별전도 함께 열리고 있었다. 

강렬한 빨간방안에 배치되어있는 구성주의 포스터들과 무대모형도 인상적이지만, 영상자료를 보면 공연자체의 스토리나 연출과 음악도 파격적이었음



몰래 몇장 건진 빨간방 사진들



상설전시 구역은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많이 찍어뒀음

무대, 의상, 소품, 포스터 





4. Museum Shop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수많은 박물관과 갤러리들 베스트에 손꼽히는 뮤지움샵! (여자들만 좋아하겠지만..)

전시품들이 워낙 퀄리티가 좋아서 그냥 조금만 응용해도 좋은 제품이 된다...

여행 첫 도시라 아무것도 사지 않겠노라고 결심을 했건만 참지 못하고 몇개 샀음 ㅠㅠ




포스팅하는데 2주나 걸린 V&A편...

이제 다음 일정부터는 좀더 간소하게 정리해나가야겠다..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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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4 LONDON 2015. 1. 1. 02:50

[LONDON] 7. V&A Museum (1)



141027, 28





Victoria & Albert Museum

vam.ac.uk



디자인이나 공예를 전공한다면 꼭 가보아야할 박물관!!!!! V&A Museum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4일차에 자연사박물관에서 너무 시간이 많이 지체되서 그 다음에 방문한 V&A에서는 한층도 다 못봤는데 문닫을 시간이 되어버려서 다음날 다시 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이틀이나 봤는데도 양이 너무 방대해서 거의 뛰다시피 훑고 지나갔는데도 다 제대로 못봤다 ㅠㅠ 영국인들의 지독한 수집병때문에 토나올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이롭다..

아무튼 여기도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어대는 바람에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안나 블로그 글쓰기를 누르는데까지 일주일이나 정체됐다. 그리고 쓰는 중에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 (;;이렇게라도 억지로 지금 정리해놔야 평생 꺼내볼수있다! 필승)

너무 기억해두고 싶은게 많아서 글을 두개로 쪼개야겠다


첫번째는 박물관 전체,

두번째는 비교적 구분이 뚜렷한 도자기, 가구, 유리, 무대예슬, 뮤지움샵




입구 빅토리아 여왕이 알버트경을 위해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여왕이기에 가능한걸까 이런 섬세함으로 뒤덮인 박물관.




외부도, 내부도, 입구 천장의 유리 공예 샹들리에도, 인포데스크 조명도 모두다 너무 아름다와..



와이파이 접속하려다가 또한번 경악. 감격.

접속할때마다 바뀌는 배경도 저마다 예사롭지않고 엘레강스한 로고랑도 잘 어울린다




V&A 브랜딩이 맘에 들어서 좀더 구글링




입장해서 오른쪽으로 돌면 첫번째 방,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도 괜히 뽐뿌받아서 그려본다. 

생각해보니 입시준비하면서 석고상 어깨위로는 많이도 그려봤는데 전신을 그려본적은 없었구나.

인체 공부를 너무 안해서 아직까지도 드로잉하는데 애를 많이 먹는거 같다. 기본이 중요하지 암.

그래서 늦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가끔 인체뎃생책 펴놓고 따라그리며 공부하는중..



V&A에 와서야 처음 인지한 컬러 조각? 이걸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하는지를 모르겠다

석고인지 대리석인지 도자기인지 모르겠지만 채색이 되어있다. 

색상도 꽤나 현대적이고 세련됨




그리스시대 조각상들이 흰색이 아니라 화려한 색상이었다는게 기억이 나서 찾아봤는데

음 이런 느낌이랑 다른데 ㅋㅋ (이것도 맘에 들긴하지만..)




이 발사될것만 같은 조각상은 건물의 어느 일부였을까..;;?



별로 인기는 없지만 성실하게 (훔쳐서) 꾸며둔 아시아관들이 있다. 시간이 모자라니 한국건 중앙박물관에서 보는걸로..

기둥까지 다 뽑아와가지고는 이녀석들..


건축관련 전시. 

각 패널마다 실제 텍스쳐와 장식들을 모아둔 방식이 재밌다. 

우측 상단에 튀어나와있는 용머리같은건 굴뚝인가? 굴뚝이었으면 좋겠다


스크린에 3d로 휙휙 돌려야할것만 같은 이 시대에  이렇게 집 여러면을 동시에 볼수있게 아크릴로 입체화 시킨것도 재밌다. 


아시아관을 위에서 보고는 또 한번 감동. 눈높이의 구성뿐만 아니라 위에서봐도 이렇게 가지런하게 잘되어있다

카페트를 덮은 저 뚜껑은 왠지 아래 전시물 크기에따라서 모듈형으로 사이즈를 조정할수있을것만 같은데 (오해인가)


크레딧은 따로 안찍어둬서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아랍인가?

알함브라궁전갔을때 저 레이스같은 조각들을 보고 정말 소름이 돋았다.


미술사책에도 안나오고 비싼 공예품도 아니것지만

분명히 이런 캔으로된 제품들도 그 시대의 일반 사람들의 생활안에서는 꽤나 훌륭한 작품들이었을거다


철제 장식품들도 요기저기서 잘도 떼와서 배치해뒀다. 재밌는 편은 아니다..


창틀과 난간도 통째로 떼오고

건물과 건물사이에 천장을 유리로 막고, 실내가 된 외벽에 구조물들을 전시하는 중


계단도 떼오고..


이건 처음 본 방식인데, 종이 낱장이나 자잘한 소품들 같은 경우는 얇은 서랍장안에 배치하여서 관람객이 알아서 각 서랍장층을 열어보게 되어있다. 소장품이 많을때 공간 효율짱


박물관에 대한 특별전. 박물관의 초기 모습들부터 변화하는 모습들을 사진이나 자료들도 보여주고 있는데

거기서 너무 충격적이었던 자료. 이렇게 자기네들의 식민지의 인간 역시도 수집하고 정리하고 분류해야할 대상으로 여겼다. 



저 엄청난 기둥까지.

뭐 서양 사람들은 지금도 집이나 골목이나 벽에 붙은 이끼까지도 통째로 도려내서 배로 싣고 간다고 하니..



어슬렁 거리다가 어린이 미술교실 구경

V&A는 무료입장이다보니 일정 회비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한 VIP만을 대상으로한 별도의 공간이나 행사들이 운영되고있고,

어린이나 성인을 대상으로한 클래스를 통해서 수익을 조금 내는듯. 

엄마랑 아이들이 함께 수업받는 중.


재밌는 컨셉. 수많은 소장품들 중에서 몇몇 작품들의 구름만을 관찰하고 그려보는 워크샵.





우주에 들어와있는것만 같았던 보석 전시코너.

성화와 성물들은 지겹지만.. 사진 우측에 스테인드 글라스 디스플레이 방식이 재밌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쓰던 용품들을 전시하던 코너. 



화려한 장식의 뮤지움카페



정원에 나가면 야외카페가 하나더있는데 컵과 쟁반 장식좀 봐........ㅠㅠㅠㅠ 

남이 먹던 자리에 잠시 앉아서 쉬다가 찍은건데 훔쳐오고 싶은 심정



그리고 다음글에 집중적으로 올릴 코너들. 

이케아나 코스트코 못지않게 끝없이 널려있다 ㅠㅠㅠ


가구


도자기


유리


무대예술 특별전 (공연의상, 포스터, 소품, 무대모형 등)


이번여행 최대 뽐뿌지대, 시간없는 녀성여행객들은 여기만 들러서 기념품만 질러도 백화점 안가도 될듯하다




V&A에서 드로잉은 사치입니다..시간이 모자라요





2편에서 계속.

여행/14 LONDON 2014. 12. 22. 02:46

[LONDON] 6. Natural History Museum




런던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단일 장소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긴 곳이 바로  자연사박물관이었다! 

동식물을 좋아하는 탓도 있긴하지만 박물관 건물과 인테리어도 멋있고, 내부의 컬렉션의 종류와 개체수도 엄청나게 다양한데다, 단순한 나열방식이 아니라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경험을 할수있도록 구성이 알차게 되어있어서 디자인 관점에서 배울점도 많은 곳이었다

모든 전시실을 대충 둘러보는데에도 반나절이상의 시간이 꼬박 걸리기 때문에 여기 어린이들처럼 일년에 몇번씩 와보지 않고선 그 진가를 알 수 없을것 같다. (런던에 살아보고 싶은 이유 또 하나 추가요..)





Natural History Museum Branding

http://www.nhm.ac.uk/


일단 로고 디자인도 맘에 든다 (런던 주요 박물관들은 브랜딩이 정말 잘되어있다). 저 N 글자 안에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쳐들을 넣어 응용하는 방식이다. 자연사라는 주제 자체가 한가지의 이미지로 대표될수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방식을 택한 것,

http://www.hat-trickdesign.co.uk/include/inc_squeeze_project.asp?ProjectID=62

이 링크에서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음





자연사 박물관은 5개의 존으로 나누어져있었다


Blue Zone : 공룡, 포유류, 인간, 해양 동물, 파충류 등

Green Zone : 조류, 곤충, 광물, 생태학

Red Zone : 테마 학습관들 (Earth Lab, Earth Today and Tomorrow, From the beginning, Volcano, Earthquakes 등)

Orange Zone : 박물관 건물과 이어진 다윈 센터 (찰스다윈의 표본 전시뿐 아니라 관련 연구에 대한 학습과 체험)

Wildlife Garden : 야외 정원



1880년대에 지어진 박물관 메인건물

중앙홀의 고풍스러운 건축양식, 유럽의 여느 고성당 못지않게 정성스럽게 지은것이 이 박물관의 수집품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있는지가 느껴지는듯 

그후에 2차로 최근에 완공된 부분, 전면 유리창안에 둥근 알 같은 부분을 cocoon이라고 부르는데 메인건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다윈센터로 운영중인데 건물 외형에 맞게 최신 IT기술을 활용한 전시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입장 동선을 따라오다보면 펼쳐지는 정원

Wildlife Garden. 다양한 희귀종들이 정원을 이루고 있는데 나는 거의 겨울쯤에 간탓에 이미 식물들이 메말라가고 있었다. 11월이 되면 아예 문을 닫아두어 들어가볼수도 없다고 한다. 봄이나 가을에 가면 정말 좋을듯..

프랑스정원같은 인위적인 방식보다는 이렇게 무성하게 뒤엉켜있는 정원을 더 사랑한다

(물론 관람용 정원이 아니라 종보존을 위해 만들어둔 정원이라 더 그렇긴하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서 간단하게 하이라이트만 적어두고서 나머지 상세 후기는 또 접어두기 기능을 사용해야할것 같다


하이라이트 1) 거대 포유류 전시관 


고래, 코끼리, 기린, 하마 등 거대한 포유류들의 실제 크기 모형이 전시되어있는 곳

꿈에서 또 보고 싶은 환상적인 풍경이다 ㅠㅠㅠㅠㅠ

실제로 보면 꽤 위협적인 크기의 하마나 코끼리도 흰수염고래옆에서는 그냥 귀여울 뿐이다


하이라이트2) 티라노사우루스

메인홀에 서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뼈!! (어디서 훔쳐온거지..) 

여러 각도에서 촬영 시도해봤는데 커서 도저히 프레임 안에 다 담을수가 없었..

공룡관이 따로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려면 대략 한시간을 줄서있어야 한다고 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불현듯 몇년전 몽골 자연사박물관에서 봤던 공룡이 생각났다

너어무 허접하고 관리안되던 몽골의 자연사박물관 ㅋㅋㅋ 관광객도 거의 없지만 어차피 지키는 사람도 없어서 저렇게 신나게 만져볼수있다(?) 나도 그냥 무심하게 널려져있던 공룡뼈랑 알이랑 다 만져봄 (?)

사실 허접하긴해도 여기서 공룡들 구경하고서 고비사막투어때 공룡이 살던 한때 초원이던 곳을 직접 보면 감동이 어마어마한데 조금만 더 관리를 하면 좋을것을..


하이라이트 3) 기록전(?)


이 전시실의 이름도 모르겠고, 특별전인건지 상설전인건지도 모르겠지만, 자연의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에 대한 테마로 꾸며진 작은 전시였다. Mapping - Recording - Sketch to Painting - Illustration - Photography 등 직접 표본을 수집하고 박제를 하는 방식 외의 조금은 부가적이라고 할수있는 영역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었다. 내가 어릴때 이 전시를 봤다면 나는 왠지 이 길을 걷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이라이트 4) Earth Hall


표본전시가 주를 이루는 그린, 블루존과는 다르게 레드존은 일단은 거대한 공간안에서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한 체험공간이 많다

그 입구에서 지구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듯한 경험을 해볼수 있다. (아주 잠시. 놀이공원에 온듯한)



하이라이트 5) 뮤지엄 샵!


아이들 데리고 가면 진짜 큰일날것 같은 곳... 어른이 가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

지구 자연 인간을 모티브로 한 온갖 장난감 책 소품이 망라되어있다. 


하이라이트 5) 고대어&심해어 드로잉!

살아있는 표정의 재밌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나중에 캐릭터나 스토리 만들때 좋은 영감이 될듯



그리고 나머지 디테일한 후기들은 접어두기로..


1) 기록과 체험 방식



조류해부도감 한권을 보는듯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있는 조류관








2) 멸종된 동물들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좀더 찾아봤다) 




3) 어류&파충류&양서류 등 




4)포유류관





5)지구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체험형 학습이 가능한 레드존





아 지친다..


6) 옆건물 다윈센터



갖고 싶은거 너어무 많았던 기념품샵





정말 힘들었던 자연사박물관.. 

보다가 지쳐서 복도벤치에서 1번 자세로 뻗어서 자고있었는데 직원이 와서 아파서 기절한줄알고 깨워줌 .

마구잡이로 대충 후기랑 사진 정리하는데에도 3일이 걸렸다.;; 

후에 나의 경험디자인에 많은 영감과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여행/14 LONDON 2014. 12. 18. 23:31

[LONDON] 4. redchurch, shoreditch

141026


Bricklane (Beigel shop) - Redchurch street (allpresso) - Shoreditch (Box park) - Kingsland road (Song que Cafe) - generator hostel 



브릭레인에서 베이글을!

Beigel Shop

http://www.yelp.com/biz/beigel-shop-london



일단 가이드북이고 네이버고 옐프고 간에 브릭레인에 오면 이 베이글샌드위치를 꼭 먹으라고 해서 

이 앞에 드글거렸던 모든 세계 음식을 포기하고 참아왔다

줄을 한 20분정도 섰어야하는데 연어+크림치즈와 salted beef? 고깃덩어리샌드위치가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연어로!

베이글이 부드럽고 쫀득하다.우리나라에선 보통 베이글 시키면 굽거나 덥히지 않으면 맛없어서 못먹는데 이건 아무 열을 가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식감이 훌륭하다 빵과 연어와 치즈가 함께 흐물거리며 입속에서 녹아내리는게 정말 맛있긴하다


다먹고 발견한건데 원래 유명한집은 내가 먹은집 바로 옆옆집 Beigel bake였네. 다먹을때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정신차리고보니 그집앞엔 beigel shop보다 줄이 1.5배 정도 더 길다

뭐 괜찮아 맛있었으면 됐지 으하하

그래도 혹시 둘이 오게 된다면 한명은 노란집, 한명은 흰집 베이글 하나씩 사서 나눠먹어보는것도 재밌을것 같다. 

노란집이 더 오래된집인것 같은데 덜 유명한 이유는 뭘까 궁금하기도하고. 

(그리고 앞에 그냥 지나쳐왔던 세계 길거리 음식들도.. 건너뛰지말고 꼭 맛보고 말이야..)






카오스같은 (난 카오스를 좋은 의미로 사용한다) 브릭레인을 벗어나 Redchurch street로 접어들었다. 홍대 주차장과 놀이터에서 부대끼다가 합정이나 상수쪽으로 가는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선 느낌. 더이상의 노점이나 가게 밖으로 꺼내놓은 좌판들은 보이지 않고, 신경쓴듯 안쓴듯 엄청난 센스를 발휘하는 익스테리어들의 편집샵들이 줄지어 있었다. 건물은 그야말로 배경일뿐, 그 사이를 누비는 런더너들의 패션에 더 눈이 간다. 줌 카메라없이 단렌즈만 갖고 왔더니 사람 사진을 찍을수가 없어서 슬프다...

우리나라의 핫플레이스(?)들이 여성복이나 악세사리, 카페, 피자치즈로뒤덮인 아무음식들을 제공하는 맛집들로 구성되서 여자들로 붐비는 반면에 요기는 바버샵, 남성편집샵, 바이크샵 등 남자(나아가 게이까지?)들을 타겟으로 한 곳이 훨씬 많은것 같다. 날씨만 더 좋으면 카페 야외벤치에 앉아서 멋진 영국남성들만 구경해도 좋을것 같.. -///-





태연책임님과 만나기로한 약속장소 ALLPRESS ESPRESSO

http://www.yelp.com/biz/allpress-espresso-london-2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곳인듯, 테이크아웃하는 곳이 따로 있는데도 안에서 주문하는데에도, 자리잡는데에도 한참 걸렸다

겨우 한 자리 잡았는데 4인용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끼리 네명이 같이 앉아야할 정도,


흐린날 카페에 가면 카푸치노를 시킬지,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시킬지 항상 고민하게된다

좀 주책맞긴하지만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남자친구가 카푸치노에 꼭 초코파우더와 설탕을 토도도독 흩뿌려주는데 6년째봐도 그 손짓이 너무 귀여운거다. 카푸치노는 만드는사람도 설탕뿌려주는 그대도 수고스럽긴 하지만 작지만 따뜻한 정성이 느껴지게한다. 그게 그리울때 마시고 싶기도 하고. 비지니스 미팅 같은 자리에서 카푸치노를 마신다는건 나에게 어색한 일일게다


올프레스는 커피로도 유명하지만 일요일 점심시간즈음이라 그런지 혼자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엄청 시끄럽고 좁은 테이블임에도 엄청난 집중력으로 책까지 읽으며 

우리테이블에 나빼고 다 똑같은 브런치플레이트를 먹고있는데 어찌나 맛있어보이던지 (?) .

우리네 브런치가 여자들의 떼샷 스튜디오로 전락해버리긴했지만 

나도 조만간 혼자!책을 들고! 우리동네 브런치 먹으러 가보아야지



베이글+카페 드로잉




BOX PARK

http://www.boxpark.co.uk/

(마지막사진은 퍼온거)


태연책임님이 지하철공사때문에 늦어지셔서 혼자 쇼디치쪽 BOXPARK에 어슬렁거려보았다

컨테이너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들의 단지 겸 쇼핑몰인데 

모듈형태로 공간구획도 재밌게 잘되있고 사인시스템이나 그 안에 미니샵이나 음식점들의 컨셉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날씨가 좋으면 앞에 광장에서 공연도 많이 열리고 팝업스토어들이기때문에 각 브랜드에서 매번 신선한 컨셉의 이벤트들을 선보이는듯하다. 

전화가 와서 정말 살짝만 휘리릭 보고 나와야해서 좀 아쉽긴하다. 

몇년후에 다시가면 또 이 컨테이너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있겠지









여행/14 LONDON 2014. 12. 18. 18:02

[LONDON] 3. Spitalfield market, bricklane market

141026


Old Spitalfield Market - Bricklane Market- Redchurch street (allpresso) - Kingsland road (Song que Cafe)


일요일이라 브릭레인근처 마켓을 둘러보기로 했다

춥고 흐려서 별 기대없이 갔는데 왠걸 볼거리의 폭발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좀더 천천히 보듬어 보지 못하고 사진만 찍어댄게 아쉬울 정도다 (사진이라도 남겨서 다행인건가)



브릭레인 찾아가다가 길을 반대로 잘못들어서 우연히 발견한 Old Spitalfield market 


사랑스러운 가게 앞태들

홍대 프리마켓의 거대한 버젼. 직접 만든 소품이나 그림, 빈티지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었다


다 쓸어오고 싶었던 편집샵...



브릭레인 선데이업마켓

스피틀필드와는 비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규모



<골목구석구석 빈티지 대잔치>


내가 걸치면 거지같겠지..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는건 아니지만 재밌는 앨범아트가 많아서 살까말까 좀 뒤적거렸다


자연사박물관의 다른버젼이다..;;

막 널어놓은것 같은데 글자 배치 완벽 ㄷ ㄷ 


갖고 싶은게 많을수록 카메라는 바빠진다





너무 사진이 많아서 또 접어본다





재밌는 샵들도






하나 가지니까 자꾸 모으고 싶어지는 이상한 마력의 지샥..


지샥플래그샵 한켠에 전시




메인거리에는 발디딜틈도없이 사람들이 꽉 차있다



 garage,  backyard 마켓도 열리고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맛난 음식이 없는대신 세계 각지의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서울의 마르쉐@도 정말 좋아하지만..여기 다녀오면 시시해짐

내가 런던살면 일요일마다 절대 요리안해먹고 여기와서 사먹기만 할것 같다




한참동안 빠져나올수없었던 빈티지레코드샵 Rouch Trade


아무거나 골라집어도 아름다운 앨범쟈켓들과 책들, 내부사진은 또 접어보기




사진정리하다 지쳐서 브릭레인근처 쇼디치,레드처치 스트리트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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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4 LONDON 2014. 12. 18. 18:02

[LONDON] 2. 빅벤, 내셔널갤러리, 코벤트가든

141025


세인트판크라스역-빅벤-국회의사당-홀스가드-내셔널갤러리-코벤트가든-사우스뱅크


아침에 일어나 버스타러가는길 크로와상이 맛있다는 베이커리에 들렀다. 어젯밤 감기약 먹으려고 편의점에서 스시도시락을 샀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역시 영국은!이라고 단정지을뻔했는데 금방구운 크로와상은 환상이었다 다행.


마지막날 공항가는 티켓도 뽑고, 일주일권 오이스터 카드도 살겸 세인트판크라스역과 킹크로스역에 들렀는데 사람이....사람이..

기계앞에 30분 줄서있었는데 일주일권이 자꾸 오류가 나서 다시 창구에서 줄서고.. 힘든 시간이었다. 

심지어 공항가는 티켓은 힘들게 미리 사둔 것이 화근, 없던 준비성과 꼼꼼함을 장착하고선 뿌듯해서 인증샷까지 찍어두고서 캐리어 어딘가에 넣어두었는데 다시 짐싸면서 못찾음. 결국 마지막날 다시 새로 샀다 으이구. (그리고선 스페인가서 깊숙한 곳에서 다시 발견)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갈아타야하는 역이 공사중이라 급당황. 2층버스를 타고 관광지 1호 빅벤 주변으로 향했다. 영국은 버스 노선 정리가 정말 잘되어있어서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핸드폰없이 어찌어찌 잘 목적지에 갈수 있었다. 


이런거에는 별로 감흥은 없지만 (다시보니 멋지긴 하지만)

꿈쩍도 못하는 안쓰러운 군인



건축물보다는 가을에 물든 나무와 풀들이 더 좋다



오 잠깐 맑아졌다! 허리가 아파서 건물앞 널찍한 계단에 잠시 드러누웠다


트라팔가광장

미식축구?팬들의 행사로 시끌벅적



엄청나게 붐비는 내셔널 갤러리, 

루브르때도 그랬지만 그림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큰 갤러리에 가면 이내 지쳐버린다. 

이날은 허리도 좀 아프고 감기도 본격 시작되서 대강 보는둥마는둥. 

이 드로잉은 못생겨서 맘에 안들긴하지만, 

아이들이 그림앞에 드러누워 천진난만하게 자기만의 세상을 그려내고있는걸 보고는 큰 인상을 받았다. 

여행 내내 이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많은 그림들앞에서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고흐 해바라기만큼이나 맘에 들던 쇠라 그림.

저렇게 따스한 햇볕아래 잔디밭에서 드러누워 있어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한번도 허락하질 않았다...



애정하는 아티스트 리스트에 등극한 폴세잔.

원래도 인상주의를 격하게 아끼지만 이번 여행에서 수많은 미술관을 다니다보니

나만의 세세한 취향을 확실하게 정의내릴수있게 되었다. 

(이상형 설명하는것보다 더 까다롭게 말해줄수있음 ㅋㅋㅋㅋ)



오래된 그림인데도 왜이리 여전히 유쾌하지. 꼭 패러디해서 작업해보고 싶다.


고흐


보고또보려고 찍어둔 수많은 사진들은 접어두고..



코벤트가든 근처 구경하다가 들른 문구점에 이런 귀여운 드로잉들이 잔뜩




닐스야드- 상해 타이캉루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여행사진또한 정리하지 못했다는게 기억났다..ㅠ)




땡땡이오덕. 사실 배낭도 땡땡이라 실수로 셔츠랑 맞춰입은날엔 좀 부끄럽긴했다



피쉬앤칩스로 유명한 Rock&Sole Plaice (http://www.yelp.co.uk/biz/rock-and-sole-plaice-london)

난 생선튀김을 별로 안좋아해서 미트파이와 콩수프를 시켰는데

망했다 미트파이. 그냥 미트파이가 아니라 간까지 들어갔는데 역한 향이 확 ..

자리가 없어서 합석하게된 홀란드 부자. 

더치를 생전 처음 들어봤다. 독일어 같기도 하면서 영어 같기도 하면서. 매력적인 언어인것 같다



티하우스. 런던에서 무언가를 사면 여행내내 짐이 될것 같아서 마침 몇주전 런던 출장 다녀온 오빠에게 이것저것 기념품을 미리 사달라고 부탁해두길 잘했다. 티도 미리 사두어서 지금도 일기쓰면서 마시고 있음. 

소유욕 터지게하는 도시.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기품있는 애플샵. 


핸드메이드 카드와 종이와 각종 문구류들 ㅠㅠ


정말 갖고 싶었던 빅벤오리..




오래된 역사의 초콜라타를 마시러 들렀다. 

평소에 먹던 핫초코와는 다르게 스프처럼 걸쭉하게 마신다. 아니 마시기보다는 떠먹어야한다. 

스페인에서도 계속된 초콜라타 사랑..

거기선 아무 부담없이 낮이고 밤이고 마셨는데, 돌아와서는 왜 이리 죄책감이 느껴져야하는것인가


Caffe Vergnano 1882

http://www.yelp.co.uk/biz/caffe-vergnano-1882-london


템즈강 야경을 보러 걷다보니 사우스뱅크쪽에서 먹거리시장이 열리고 있는걸 발견했다. 

아까 그 미트파이 안먹었으면 여기서 맛있는거 먹는건데... 



자전거나 보드로 연습하는 아이들 (시비걸까봐 무서워서 가까이는 못가고)

강변에 이렇게 드러누워서 맥주마실수있는 야외카페가 있었다. 잠시 누워서 쉬고.

(잔디밭에도 잠깐 누워보고)


감기때문에 힘들다면서 엄청 돌아다닌 하루



버리기 아까운 사진들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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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4 LONDON 2014. 12. 18. 18:02

[LONDON] 1. 출국



141024


내일 드디어 떠나네- 아 설렌다. 내일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날밤 이런 기대를 하면서 뒤척이다가 잠들어 본적이 없는것 같다.


출국을 불과 2-3일 앞두고서야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가이드북을 사고, 

부랴부랴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다니고, 

두달간 비어있을 집의 대청소를 하고, 

몇군데 숙소와 기차표를 예약하고, 

허리는 점점 아파오고, 

짐 싸느라 무리해서 감기기운까지 올라오는 와중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잠시라도 쉬어야겠다며 

너무 깊이 잠들지 않게 불은 환하게 켜둔채 

'두시간만 잠시 자고 눈떠야돼 꼭 떠야돼 안뜨면 큰일나는거야 망하는거야'라고 주문을 외다가

어느덧 알람이 울리고 벌떡 일어나 부리나캐 달려나가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꼭 뭔가 빠뜨렸다는걸 깨닫고 

역시 난 엉망이야!라고 자학하다보면 

여행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는걸 늦게서야 깨닫는다. 




세번의 출장에서 쌓인 마일리지에다가, 

입사하고서 만든 신용카드는 다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으로 대동단결하고서 열심히 긁었더니 

비즈니즈마일리지항공권이 나왔다

비즈니스말고 이코노미로 했으면 동남아 한두번은 더갔다왔을텐데 

허리가 아직 정상은 아니니까 배낭여행객치고는 엄청난 사치를 부려본다

언제 또 이렇게 타볼수 있을까 ㅠ


마일리지항공권으로는 유럽에서 파리,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 이 네군데로만 갈수 있다. 

던은 다른 세곳보다는 조금더 비싼데 그 이유를 타고보니 알았다. 

이코노미 좌석에서 좀 넉넉한 정도의 좌석 스타일이 아니라 

아예 전신을 뻗고 누울수있는 초호화 침대형(?) 좌석이었다. ㄷ ㄷ 

(반대로 돌아오는 편인 파리-인천 구간은 그냥 의자를 뒤로 젖히는 형태)





록시땅 크림과 양말 안대 등등 몇가지가 포함된 어매니티와

레스토랑급 정찬..그리고 와인셀렉션..



감기기운 만땅이라 아쉽게도 술은 많이 못마셨다 (식전 식중 식후 한잔씩 밖에 안했..?)

보통 비행기 타면 힘들어서 오매불망 언제도착하는지만 기다리게 되는데

비즈니스클래스는 자는 시간도 아깝고(?) 자다가 눈뜨면 아이고 이제 얼마 안남았네 아까워라 더 있고 싶은데 아쉬워하게 된다

(설레고 적응안되는 서민)


비행기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가이드북이고 예약확인서고 다 꺼내서 펼쳐놓고 본격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이것도 항상 반복된다. 미리 좀 준비하면 좋을 것을. 물론 준비를 열심히하지 않아도 도착해서 대강 살다보면 다 살아지긴 하지만, 숙소에서 인터넷을 뒤적거린다거나 길에서 헤맨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버리면,  여행 그 순간을 즐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걸 나중에서야 후회한다. 비행기에서야 처음 제대로 스케쥴을 확인하다보니 출발전날밤 급히 예약한 건들에서 문제가 속속 발견되기 시작한다. 그라나다 숙소는 야간기차 일정이 헷갈려서 하루전날 체크인으로 예약해서 하루를 날리고, 론다에서는 두군데 숙소 모두 11월이 아닌 12월로 예약해버려서 또 날렸다 (급한와중에 싸게 예약한 숙소는 꼭 취소가 안되더라) 특히 론다 숙소는 다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인기 숙소인데 예약에 성공해서 엄청 기뻐했었는데..역시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리는 없다




12시간 정도후 저녁 7시경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는 호강해놓고선

이렇게 생긴 숙소에 도착했다.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킹크로스역과 가까운 런던제너레이터호스텔 8인실 도미토리. (링크)

밤에 도착하다보니 지하층 2층침대 윗칸에 배정을 받았다. 이 방 사람들은 어째 밤 10시에 벌써 자고 있었다. 불끄는 버튼이 입구에 하나밖에 없어서 나도 짐도 제대로 못풀고 일단 압박암에 일찍 감기약먹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8시인데도 다들 아직 자고 있어서 불도 못켜고 그냥 누워있었다. 여러모로 맘에 안드는점이 있어서 방을 한번 바꿀까 했었는데 짐 다시 싸기가 귀찮아서 그냥 지냈다

내 아래층에는 아인슈타인닮은 80살 넘은 할아버지가 쭉 지냈는데, 

엄청나게 많은 짐을 여기저기 널어두고서 어떤 날은 아예 자러 들어오지도 않고, 가끔 얼굴 볼수있는 날엔 혼잣말(혼잣말이 아니라 대화의 수준으로) 계속 중얼 대는통에 정신이 나간 할아버진가 싶다가도, 잠깐 나랑 부딪히기도 하면 정말 정중하게 사과하는거 보면 또 멀쩡한가 싶기도 하다가, 일찍 잠드시는 날이면 눈뜨고 주무셔서 죽은줄알고 진짜 깜짝놀래길 여러번이었다 ㄷ ㄷ ㄷ 무서워서 말을 거의 안하고 지냈는데 헤어질때쯤에야 그냥 세계일주중이시고 런던에서 인도로 갈 예정인 건장한 할아버지였을뿐이었다는걸 알게됐다. 

이 호스텔에서 일어난 일이나 묵었던 이들에 대해서 기억이 많긴 하지만 나에겐 별로 중요하진 않은것 같고, 그냥 젊은이들이 북적대고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핫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더럽고 불편했다. 그럴수록 이용자들도 더 함부로 쓰는 법. 매일 청소를 안하는 모양인지 항상 방안이고 세면대로 더러운게 그대로여서 인포에 몇번이나 청소좀 해달라고 부탁할 지경. 겉은 번지르르 멋있어보이는 인테리어였지만, 실제 경험면에서는 안좋은 디자인이라는게 낱낱이 드러났다. 다음에 숙소 총정리 글이나 한번 써보아야겠다. 아주 사소하지만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중요한 접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여행 2014. 12. 18. 16:40

[2014 EUROPE] 돌아와서





2014년 10월 24일 - 12월 11일 (49일)

런던 - 스페인 - 포르투갈 - 파리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야, 출발전에도 여행중에도 못채웠던 일정표를 완성했다. 


언제 아팠냐는듯 49일간 씩씩하게 잘도 돌아다녔네. 

언제나 비가오고 흐리고 추웠지만-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그리고 많이 보았다

여행책에 나올법한 혹은 주변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별로 없고, 사건이나 인연이나 깨달음도 없고, 멋드러진 사진이나 에세이도 없다. 드로잉은 좀 열심히 했는데 그마저도 속시원하게 하고싶은만큼은 다 못하고 왔다. 돌아와서도 계속 이번 여행에 관해서 그리고 싶은데 학교들어갈 준비를 해야해서 있는거 정리만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할것 같긴하다.

사진과 그림만 너무 많아서 어떻게 정리를 시작해야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너무 심각하지 않게 하루하루 일기형식으로라도 이 블로그에 기록을 해둘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곧 다 희미해져버릴것 같아서. (이미 한달전부터 기억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드로잉은 인스타나 텀블러에 따로 정리하고. 


아마 스무살 즈음, 어른이 되고서부터 회사를 관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지냈던것 같다. 회사를 관두려면 우선 회사를 다녀야하지 않겠는가? 이 얼토당토않은 이유가 경제적인 부분만큼이나 회사생활에서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러고서 세계일주를 떠났으면 멋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세계를 토막토막 쪼개서라도 여행하는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쉽게나마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주간 인도, 라오스, 잠비아, 오사카, 도쿄, 필리핀, 제주도, 미국출장 두번, 중국출장 한번- 조각들을 채워나가는 마음으로 - 을 다녀왔고, 조금이나마 길게 떠날수있는 퇴사찬스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가고싶은 곳이야 끝없이 나열할수 있을것 같지만 1순위는 태국-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을 엮은 동남아 배낭여행, 2순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3순위는 터키와 동유럽, 4순위는 남미 등등등등등. 근데 허리가 아프게 되면서 2월에 떠나려고 했던 여행 일정이 기약없이 밀릴뿐만 아니라 배낭을 매는건 절대 안될것 같아서 캐리어를 끌고 갈수있는 스페인으로 결정하게 됐다. 스페인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서 몇년전 그곳에 다녀온 박바가 크리스마스에는 반팔에 가디건 하나만 입고 돌아다닐수 있다고해서 아 가보아야지 했던게 전부.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덜컥 편도 비행기표를 우선 예약하고 스페인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보며 어디를 얼마나 돌아다녀야할지 결정해야겠다며 준비를 시작(만)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여행 준비는 시작은 그냥 아주 작은 티끌일뿐인것 같다. 여행준비라는건 여행을 마칠때까지도 끝날수가 없긴하다)


원래는 스페인 여행이라고 불렀을만큼 스페인 위주의 일정이었는데, 항공편 사정때문에 런던과 파리 일정이 생기고, 간김에 들러야한다며 포르투갈이 붙으면서 그냥 유럽여행이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바도 크게 없었다. 그냥 떠날수있고 걸을수있다는 그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많이 아팠던 지난 겨울, 집앞 산책조차 부담스러워 15분이상 걷지 않도록 핸드폰에 알람을 맞추고서 집을 나서야 했었던 그때에, 인생의 끝자락에 온 노인마냥 더 젊음을 누리지 못한것을 서러워하며 아직 다 밟아보지도 못한 세계의 땅들은 다음 생애에서나 가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절망에 빠져있으면 가끔 남자친구나 병원사람들이 간신히 건져내어주곤 했던 때가 있었다. 꽃보다할배에서 할배들이 생의 마지막 방문인데 하면서 한번더 둘러보고 그곳에 와있음을 감사하던 장면을 보면서 할배의 마음으로 펑펑펑 울었던 때가 있었다. 여행중에도 아예 안아픈건 아니었지만, 무리하기전에 쉬고 치유하며 스스로를 돌볼수있는 여력도 생겼고, 많이 걷다보니 예전에 비해 단단해지고 건강해진 느낌이다. 여행하기에 충분한 컨디션이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춥다는 핑계로 집에만 은둔하고 있으니 다시 아파지는것 같다. 기분 탓인가. 조심해야겠다. 특히 사진정리와 블로그 작성하는데에 너무 집중해서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인사이트/책 2013. 10. 7. 00:20

[책] 방랑자 선언



방랑자 선언

저자
블랑쉬 드 리슈몽 지음
출판사
문학테라피 | 2013-05-2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12년간의 사막 여행동생의 자살을 겪은 ...
가격비교




사람은 사과와 같다. 쌓여 있으면 썩는다 - 미라보-


17     길을 떠나는 자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의 영혼을 위한 안식처를 찾는 일을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다. 여행을 통한 일탈은 마음의 고통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고통은 우리를 정체된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다른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진실로 눈을 돌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견딜 수 없게 괴로울 때, 세상에서 자기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한다.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길을 떠나는 자는 그 답을 찾을 힘이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다. 구원받은 사람인 것이다.


62    자신과 맞지 않는 삶이라면 떠나야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계속 머무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일탈없이는 위대한 일도 이룰 수 없다


68    우리는 무엇을 찾으려고 일상을 벗어나 다른 어디론가 가는 것일까? 새로운 바람은 길모퉁이에서도 느끼려면 느낄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길?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안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 우리의 의식과 마음 사이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것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소음, 유혹, 습관, 생각이 너무 많다. 우리 자신을 세상에서 멀리 떨어뜨려놓지 않는 이상 마음의 소리를 듣기란 불가능하다


75    블레즈 파스칼은 그의 책 <팡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안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지 못한다는 단 한 가지 일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혜를 어릴때부터 터득해서 알고 있다면 이 또한 인간의 비극일 것이다.

'다른 어딘가'의 힘에 이끌려 길을 떠나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머멋진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 영혼은 경계선 밖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물리적인 경계선 밖에서, 혹은 마음의 경계선 밖에서 말이다.


77    헨리데이비드 소로

"우리는 모두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힘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존재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약해질 수가 없습니다."

존재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인생의 문제다

91    철학자는 언제나 한 단계 더 불안정한 쪽으로 나아가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다. - 에밀 시오랑


99    수세기 전부터 우리는 새로운 마약을 고안해왔다. 우리는 시스템에 반발하면서도 그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우리가 시스템에 얼마나 얽매여 있는지는 사막에서 며칠만 지내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직장인들에게 은퇴는 심각한 우울증의 원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하루만 할일이 없어도 방황하고 어지러워 한다.


115     자유로워지려면 꼭 길을 떠나야 할까? 떠나지 않고도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자유는 일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워지려면 우리를 졸리게하고 가벼운 혼수상태로 묶어놓는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야한다. 에른스트 윙거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안락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가축이 누리는 조건에는 푸줏간 고기의 운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자유로워지려면 대가를 치러야한다. 아무것도 없이 살 수 있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성직자들은 종교적인 삶에 결정적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혹독한 고행의 시기를 거친다. 우리 영혼은 모든 것이 결핍된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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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책 2013. 10. 6. 23:54

[책] 전주낭독



전주낭독

저자
정원선 지음
출판사
북코리아 | 2013-04-2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전주를 속속들이 누비는 뒷골목 리포트전주라는 집합적 좌표에 쌓인...
가격비교






02 전주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정념의 상영관, 터미널


p17    문명은 속도를 통해 존재의 욕망을 해소하려고 수많은 발명을 집적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가 닿기 위해, 도로와 철로를 만들었고 그 이상 비행을 통해 하늘 길도 뚫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의 내면에 가 닿기 위해 예술과과 심리학과 휴대폰도 고안했다. 역사상 우리는 가장 긴 거리를 가장 빠르게 주파하는 존재이며, 현실과 가상을 통틀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족속이다. 500km 를 한 시간 만에 날아갈 수도 있고, 약속시간 5분 전에 "10분만 늦을게"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세상은 혁신을 거듭했고, 그 결과 기술의 찬란한 발전을 이뤘다. 그 누군가에게 가 닿기 위해.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가 닿는 일이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하거나 직접적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해결되는건 아니다.

사막에 사는 베드윈족도, 도시에 사는 우리도, 모두 하나같이 간절히 원하는건 한 가지. 촉촉해지는 것이다. 네가 내게로 와 나를 채워주는 일, 너를 눈에 담고 속 깊이 충만해지는 일, 내가 너와 더불어 삶이 비로소 온전해지는 일. 우리는 그것을 위해 갖가지 편리한 간접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기필코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생이 되어 서로를 적셔주는 일이다. 

기다림은 우리가 서로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당신과 내가 만나 친구가 된다는 건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니까. 인생을 기다리는 일이다. 삶을, 젖을, 어머니를, 선물을, 우정을, 사랑을, 이별을, 떠남을, 돌아옴을, 새로움을, 옛것을, 죽음을, 그 다음을. 우리가 눈부신 개선을 이룬 속도는 그 촉촉함을 대체하기는 커녕 다만 그에 대한 갈증을 부채질 했을 따름이다


p19    이 세상의 모든 정류장은 사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대응하는 환상의 좌표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한 순간이란 출발지이면서 기착지이고 또한 종착지이며 기억으로 영원히 되풀이되는 기점이므로.



06 산성 벽화마을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p59    도심의 공원이나 광장 같은 장소를 매만지는 공공디자인, 벽화로 동네를 꾸미는 커뮤니티 디자인은 토건에 억눌린 인가니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려는 안간힘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마을은 담장에 벽화를 칠하는 것 말고 눈에 보이는 아주 간단하고 즉물적인 아름다움으로 무너진 질서를 감추는 것 말고 그 이상을 꿈꾸게 될 것이다. 지금 벽화란 그저 벽에 그린 그림, 덧붙여진 인위적 아름다움이지만 사람들이 생활과 환경, 과거와 미래가 어우러지는 완전한 삶을 원할 때 이 벽화들은 하나의 가림막이 아니라 지속하고자 하는 열망, 벽에 피워낸 꽃 (壁花)이 될 것이다.


12 황강서원, 문학대공원, 서부시장 연립

美는 어디에


p116    김수근은 '공간사옥'을 지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안간힘을 다해 지었다. 돈이란 빚질 수 있지만 시간이란 빚을 얻을 수도 없고 갚을수도 없다는 생각으로  마구 지었다.'


p124    김수근이 그랬듯, 시대의 요구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겹쳐 그 공집합과 교집합을 한 몸에 최대한 실현하고자 했던 건축이 이 세 곳 황강서원, 문학대공원, 서부시장 연립이 아닐까. 그 응축된 '안간힘'들이 세월과 부딪히고 또 화해하면서 철거할 수 없는 하나의 본보기로 남은게 아닐까.

미란 사실 건축 양식에 자리하기보다는 건물이 사람에게 걸어오는 이야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옛 영화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것이며, 복제된 것이 아니라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주이 매력은 경기전 반경 500m 안에 응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곳에 가려다 숱하게 지나치는 작고 헐한 골목들과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믿는다. 처음부터 그렇게 지어져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아늑한 공간 속에 서서히 깃들면서 풍화를 견디고 살아남아 끝내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그래도 사람들은 요동치는 우리네 질박한 삶보다는 정제되고 또 조명받은 박물관의 박제들에 변함없이 눈을 뺏기겠으나.



13 경기전

조선의 초상



p126     "고궁의 묵은 지붕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씻은 듯이 시리다. 우선 무엇보다도 그것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밀밀하였으며, 대낮에도 하늘이 안 보일 만큼 가지가 우거져 있었다. 그 나무들이 뿔어내는 젖은 숲 냄새와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며, 지천으로 피어 있는 시계꽃의 하얀 모가지, 우리는, 그 경기전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를 짐작조차도 할 수 없었다."



14 전동성당과 치명자산

수난의 양식



p151    정열과 격정, 열망을 뜻하는 서구 공통어 Passion은 그 뜻을 중세의 라틴어 Passio 에 기대고 있다. Passio의 본래 뜻은 '수난' 혹은 '고통'을 의미한다. 전동성당과 치명자산에서 이순이와 유중철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그 말이 서로 겹친다. 한 몸처럼, 아주 순하게.



15 최명희문학관과 혼불공원

동백꽃, 지다


p160    "나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천필만필 마다하지 않았다. 한문장 아니, 토씨 하나를 찍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쉼표하나가 나의 모든 것을 요구한다"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 최명희


p167     "작전이 필요할 때  작전을 세우면 이미 늦다. 꽃이 필요한 순간에 꽃시를 뿌리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땅속에 미리 씨앗들을, 버리듯이 묻어놓아야 한다."



18 전주향교

아름다움, 알음다움



p199    우리말 '아름다움'의 어원은 중세 문헌 표기까지 거슬러가야 할 정도로 깊은 맥락을 갖고 있다. 말 뿌리가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정리된 견해에 따르자면, '인식하다', '이해하다' 라는 뜻을 가진 동사 '알다'의 명사형 '알음' (또는 앎)과 접미사 '답다'가 결합된 '알음다움'이 지금의 '아름다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은 알음다움, 즉 알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겠다 내가 그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를 알고 싶다는 뜻이며, 또 자꾸만 그를 궁금해하는 이유는 내가 그에게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앎이라는 지적 작용과 매혹을 느끼는 감성적 능력은 이 '아름다움'이란 말 속에서 하나로 포개져있다. 다시 말해, 아름다움을 이해와 느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맞물리며 순환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p203    세상은 가끔 참혹해지고 배움도 종종 이간을 배신한다.

이념은 양날의 검 같아서 거기 속한 한 줌의 사람들을 호위하기도  했으나 또한 제물로 삼아 희생시키도 했다. 어질고 정의로우며 예의 바르고 또한 지적인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꿈은 온데간데없어도 그 흔적은, 꿈꾸던 장소만큼은 화석처럼 그대로 남아 더디게 숨 쉰다. 전주가 슬로우시티가 된 것은 다른 도시보다 특별히 더 자본과 속도에 저항해서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이러한 흔적들, 향교와 경기전, 한옥마을 같은 특별한 장소들에 빚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시는가? 더딤은 시간을 깊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 깊은 시간의 와중에서 전주향교는 두 가지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한다. 그 아름다움은 물론 알음다움 (지적인)과 아름다움(감성적인)이 맞물리고 순환하면서 빚어낸 것이다.



23 전주동물원 야간개장


p259    봄이라는 글자와 밤이라는 글자는 첫 눈에 반한 연인처럼 서로 만나자마자 달라붙어서는 도무지 떨어질 줄 몰라요. 후후, 좋을대로 하라죠. 근사한 계절이잖아요. '봄'이라고 불렀다가, '밤'이라고 불렀다가 이윽고 봄밤이라고 붙여 부르면, 저는 그 말들이 날개도 없는데 노래처럼 공중으로 퍼져나가 밤새 춤추며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답니다. 그 뒤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보고 싶은 날들.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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