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26. 9. 27. 02:36

대만 한달살기 짐 싸기, 28박인데 가방 여섯 개 (워케이션 준비 14)

옷은 닷새치 · 짐 크기를 정한 건 큰 짐을 들고 옮기는 날 세 번이었다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⑭ · 짐 편 — 마지막 글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마지막 14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28박을 가는데 옷은 닷새치만 쌌다. 숙소 네 곳 중 세 곳에 세탁기가 있어서다.

세탁기는 옷 개수만 정해 줬고, 가방 크기는 다른 데서 정해졌다. 여행 중간에 큰 짐을 들고 옮기는 날이 세 번 있는데, 도시를 두 번 옮기고 가오슝 안에서 숙소를 한 번 더 옮긴다. 그 세 번에 캐리어를 몇 개 끌 수 있느냐를 먼저 정하고 거기서부터 줄였다.

먼저 수하물 한도부터

구분1인2인 합계우리 가방
위탁 (화물칸)15㎏30㎏큰 캐리어 1 + 기내용 캐리어 1
휴대 (기내)10㎏20㎏백팩 2 + 사이드백 2

저비용항공사 기준이고, 항공사마다 다르니 예약 확인서를 봐야 한다.

28박 짐이니 떠나기 전날 집에서 저울에 올려 볼 생각이다. 공항에서 초과가 나면 미리 추가 수하물을 사 두는 것보다 비싸다.

기내용 캐리어도 부치기로 했다

여기가 이번 짐 싸기에서 제일 오래 붙들고 있던 부분이다. 보통은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타는데 우리는 캐리어 두 개를 다 부치기로 했고, 기내에는 백팩 두 개와 사이드백 두 개만 들고 탄다. 노트북은 두 대 다 각자 등에 진다.

이유는 몇 가지가 겹쳤다.

  • 노트북이 화물칸으로 갈 위험이 사라진다. 저비용항공사는 기내 선반이 차면 게이트에서 기내용 캐리어를 화물칸으로 돌린다. 노트북이 든 가방이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
  • 위탁 30㎏을 다 쓸 수 있다. 부치는 가방이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두 개가 되기 때문이다. 한 가방에 두 사람 몫을 몰아 실을 수 있는지는 항공사마다 달라서, 캐리어가 하나면 15㎏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 그래서 짐을 억지로 줄일 이유가 없어진다.

우선 무게 때문이다. 가방 하나에 15㎏씩만 지키면 되고, 예약 확인서에 위탁 개수 제한 없이 무게만 적혀 있으면 두 개로 나눠 부치는 데 문제가 없다.

기내 반입은 한 사람당 두 개, 배낭 하나에 작은 가방 하나가 한도다. 두 사람이면 네 개인데 백팩 2 + 사이드백 2가 정확히 그 넷이라, 가방 여섯 개가 하나도 남지 않고 자리를 찾았다.

가방 여섯 개, 이렇게 나눴다

가방어디로무엇을
① 큰 캐리어
공용
위탁
15㎏ 이하
옷 닷새치 두 사람분 · 두꺼운 겉옷 2벌 · 100㎖ 넘는 세면도구와 화장품 · 선크림 · 모기 기피제 · 수영복 · 손톱깎이와 가위 · 멀티탭 · 어댑터 여분 · 세탁망 · 에코백 · 샌들
② 기내용 캐리어
공용
이것도 위탁
15㎏ 이하
큰 캐리어에 안 들어간 옷과 짐 · 방수팩 · 빈 보온병 · 우산 · 세면도구 여유분 · 신발 한 켤레
③④ 백팩 ×2
각자
기내
5~6㎏
노트북 1대 + 충전기(각자 자기 것을) · 보조배터리 · 어댑터 1개씩 · 케이블 · 이어폰 · 갈아입을 옷 한 벌씩 · 상비약 · 얇은 겉옷
⑤⑥ 사이드백 ×2
각자
몸에
1~2㎏
여권 · 항공권과 기차표 예약번호 · 숙소 확인서 · 카드 · 현금 · 휴대폰 · 보험 증서 · 안경

백팩에는 갈아입을 옷을 한 벌씩 넣었다. 캐리어를 둘 다 부치면 짐이 하루 늦게 올 수도 있는데, 그러면 하루는 이걸로 버틴다.

사이드백은 부치지 않는다. 여행 내내 낮에 들고 다니는 것도 이 가방이다. 백팩 두 개는 현지에서 작업하러 카페 갈 때 쓰고 하루 나가는 날 데이백으로도 쓰는데, 두 개니까 한 사람은 카페, 한 사람은 나들이로 갈라 써도 된다.

기내에만 / 위탁에만 / 아예 안 가져가는 것

기내에만 들고 타는 것

  • 보조배터리 — 한 사람 2개까지. 2026년 4월부터 규정이 강해졌다. 위탁 금지, 선반 위 보관도 금지(몸이나 앞좌석 주머니에), 기내에서 충전하는 것도 금지다.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붙여 둔다.
  • 노트북·태블릿, 여권·카드·현금, 약

반드시 부쳐야 하는 것

  • 100㎖ 넘는 액체 전부 — 샴푸·린스, 선크림, 화장품
  • 모기 기피제 스프레이 — 여기서 제일 자주 걸린다
  • 손톱깎이·가위·면도날·다용도칼, 긴 우산

대만 입국에서 걸리는 것

이 두 가지는 벌금이 세다

① 전자담배·가열담배는 대만에서 금지다. 액상 없이 기기만 들고 가도 안 된다. 벌금이 NT$5만에서 500만까지다.
② 고기가 든 것은 전부 안 된다. 육포·소시지·햄에 고기 분말이 든 라면 스프까지 포함이다. 한국은 대만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이라 신고 없이 들고 가다 걸리면 1회차 NT$20만이고, 한국 라면은 아예 빼는 게 맞다.

나흘치만 끼고 이동한다

숙소박세탁
미도리 타이중12박무료
세븐나이츠 타이난4박없음 — 코인 세탁소 도보 5~8분
가이드 가오슝3박세탁·건조 무료
하버10 가오슝9박동전식 NT$50

세탁기가 없는 곳은 타이난 4박 하나뿐이고 그 앞뒤가 전부 무료 세탁이다. 나흘치를 안 빨고 그대로 끼고 이동하면 28박 내내 걸리는 데가 없어서, 옷을 닷새치로 줄였다.

세제와 동전은 현지에서 산다. 세탁 세제는 시트형을 편의점에서 한 통 사면 28박 내내 쓴다. 마지막 숙소 세탁기가 동전식이라 NT$50 동전도 필요한데, 아홉 밤을 자는 동안 두세 번은 돌릴 테니 도착 첫날 편의점에서 바꿔 두기로 했다.

날마다 어느 가방을 드나

언제드는 것
가는 날·오는 날전부. 캐리어 두 개를 다 부치고 백팩 2 + 사이드백 2만 들고 탄다
도시 옮기는 날
두 번
캐리어를 하나씩 끈다. 대만 철도는 1인 2건, 세 변 합 220㎝까지라 문제없다. 표를 끊을 때 객차 맨 뒷줄을 고르면 뒤쪽 짐 선반에 캐리어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숙소 옮기는 날가오슝 안에서만 움직인다. 저상 트램이라 들어 올릴 계단이 없다
산에 가는 날
두 번
백팩 하나 + 두꺼운 겉옷. 산 위는 시내와 15℃ 넘게 차이 난다
섬에 가는 날백팩 하나만 — 여권(승선 실명제) · 방수팩 · 수건 · 갈아입을 옷 · 멀미약 · 현금
야시장 가는 밤사이드백 + 에코백. 현금 NT$500~1,000이면 두 사람이 충분히 먹는다

도시를 옮기는 날에는 짐을 프런트에 맡기는 시간이 일정에 들어가 있다. 체크아웃이 11시이고 기차가 오후인 날에는 짐을 맡기고 점심을 먹고 나와서 회수한다.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로, 체크인이 3시인데 정오에 도착하면 짐부터 맡기고 오후를 쓴다. 맡기고 찾는 이 두 번을 일정에 안 잡아 두면 그날이 통째로 애매해진다.

캐리어 두 개, 백팩 두 개, 사이드백 두 개. 28일을 살러 가는 짐치고는 적다. 처음에는 더 넣으려고 했는데 표를 만들어 놓고 보니 들고 옮기는 날 세 번이 자꾸 눈에 걸려서, 한 달 동안 뭐가 필요한지를 따지다가 그 세 번에 뭘 끌 수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됐다.

현지에서 사면 되는 것

한국에서 안 챙기기로 한 것들이다. 세탁 세제 시트, 교통카드, 우산, 방수팩이 그렇고 세면도구도 현지에서 사는 편이 싸다. 어차피 한 달이라 사 놓은 건 다 쓴다.

돌아올 때

한국 면세 한도는 한 사람에 미화 800달러까지가 기본이다. 여기에 주류 2ℓ·400달러 이하, 담배 200개비, 향수 100㎖가 따로 면세된다.

돌아올 때 짐이 늘어도 여유는 있다. 캐리어 두 개에 30㎏을 쓸 수 있으니 나갈 때 25㎏ 안팎으로 맞추면 5㎏쯤 남고, 옷을 줄인 데는 이 계산도 있었다.

다만 대만 육가공품은 한국으로도 가져오지 않는 게 맞다. 소시지·육포는 물론이고 고기가 든 월병도 검역 대상이라, 갈 때나 올 때나 양쪽으로 막혀 있다.

돌아오는 날 짐은 전날 저녁에 싸 둘 생각이다. 아침에 정리하면 빠듯하다. 마지막 날은 11시에 체크아웃하고 캐리어를 프런트에 맡긴 뒤 호텔에서 1㎞ 안쪽으로만 돌다가 오후에 찾아서 공항으로 가는데, 캐리어 두 개면 택시도 큰 차를 부르는 편이 안전하다.

여기까지가 준비편이다

열네 편에 걸쳐 세 도시를 나눈 이유, 숙소 제도, 요금 비교, 연휴, 기차와 교통카드, 도시마다 어디를 갈지, 돈, 그리고 그 전부를 들고 다닐 방법과 짐까지 적었다. 전부 가기 전에 책상에서 계산한 것들이다.

이게 얼마나 맞았는지는 돌아와서 쓰겠다. 틀린 것도 그대로 쓸 생각이다. 준비 글은 이미 많은데 정작 궁금한 건 그게 실제로 어땠느냐라서, 그쪽을 적어 두려고 한다.

다녀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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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6. 9. 26. 10:41

앱을 만들다 여행 계획의 구멍 다섯 개를 찾았다 (워케이션 준비 13)

앱을 만들다가 일정에서 틀린 곳을 다섯 개 찾았다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⑬ · 도구 편 — 아직 떠나기 전에 쓰는 글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13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앞 편에 앱을 만들었다고 썼는데, 오늘은 그걸 어떻게 만들었고 만들다가 뭘 알게 됐는지 적는다.

남편이 간단한 거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나는 한두 시간이면 끝나겠거니 했는데 결국 나흘이 걸렸고, 그 나흘도 내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달랐다. 만드는 데 이틀, 나머지 이틀은 고치는 데 썼다.

우리한테 필요했던 건 28일치 일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서로 어긋난 데 없이 들고 가는 거였고, 앱은 그러자고 고른 방법이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됐고, 오늘 쓸 얘기는 대부분 그쪽이다.

제일 잘한 건 데이터를 한 군데 모은 것이다

시작할 때 하나만 정해 놓고 들어갔다. 일정은 파일 하나에만 적고 앱이든 캘린더든 전부 거기서 뽑아 쓰기로 했다.

여행 데이터 한 벌에서나오는 것
숙소 · 날짜별 일정 · 할 일 · 결정 · 정보 · 저장한 장소폰에서 여는 앱
구글 캘린더에 넣는 알림 파일
인터넷 없이 보는 한 장

준비하는 내내 일정이 바뀌기 때문이다. 기차를 예매하면 출발 시간이 정해지고 투어를 하나 넣으면 그날 오전이 통째로 없어지는데, 앱 따로 캘린더 따로 종이 따로 고치다 보면 언젠가 하나가 어긋나고 어긋난 줄도 모른 채 들고 가게 된다.

지금은 한 군데만 고치고 다시 뽑으면 끝이다. 준비하는 동안 일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그렇게 했다.

일정을 한 파일에만 적고, 앱과 캘린더와 오프라인 종이가 거기서 나온다

나흘 동안 한 일

시점한 일
첫날캘린더 파일과 화면 틀.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장소 목록을 데이터로 옮김
이틀째도시와 숙소 주변 지도 일곱 장을 이미지로 떠서 넣음 — 인터넷이 끊겨도 보이게
사흘째새벽에 과거 기상 데이터를 받아 날짜별 평년 기온과 비 올 확률을 붙임
사흘째 오후
~나흘째
전부 고치는 일. 화면 점검 → 문장 다듬기 → 마지막 점검 → 다시 만들기

적어 놓고 보니 새로 만든 건 앞 절반뿐이었다.

화면부터 덜어냈다

사흘째 오후에 화면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뭘 더 넣을지 보려고 연 거였는데도 나온 말은 정보가 충분하니 이제 덜어낼 차례라는 거였다.

  • 같은 정보가 여러 번 나온다 — 시간표에도, 메모에도, 이동 칸에도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 한 줄에 성격이 다른 정보가 섞여 있다 — 장소와 요금과 주의사항이 한 문장에
  • 조건부 일정이 문장으로만 표현돼 있다 — 「비 오면 대신」이 글자로만 적혀 있고 고를 수가 없었다
  • 강조 색이 너무 많다 — 다 강조하면 아무것도 강조가 아니다

세 번째 지적에서 앞 편에 쓴 결정 칸이 나왔다. 문장으로만 적혀 있던 조건을 눌러서 고르는 칸으로 바꿨다.

문장은 108개를 고쳤다

그다음은 메모 문장이었다. 조건을 앞에, 숫자를 앞에, 한 문장에 한 가지만. 규칙 세 줄 정해 놓고 전부 훑었다.

전후
늦어도 09:10엔 숙소 도착09:10까지 숙소에 돌아오기
공항에서 사지 않아도 됩니다 —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우버라 카드가 필요 없고, 충전은 현금만 됩니다공항에서는 안 사도 돼요(공항→숙소는 우버)
· 충전은 현금만 돼요
숙소에서 6.7㎞숙소에서 6.7㎞라 걸어가긴 멀어요
취젠처 배차가 뜸할 수 있으니 역에서 시각 확인취젠처는 배차가 뜸할 수 있어요 — 역에서 시각 확인

뜻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고 길에서 읽을 문장이라 고친 것뿐인데, 한 문장에 두 가지가 들어 있으면 걸어가면서는 둘 다 안 읽힌다.

「숙소에서 6.7㎞」와 「숙소에서 6.7㎞라 걸어가긴 멀어요」는 같은 말이다. 다만 앞의 문장은 6.7㎞가 먼지 가까운지를 내가 판단해야 하고 뒤의 문장은 그 판단이 끝나 있는데, 피곤한 날 저녁에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마지막 점검에서 나온 것들

여기서 제일 놀랐다.

화면은 멀쩡했다. 탭과 날짜를 조합한 화면 144개, 항목 6,042개를 자동으로 훑었는데 오류가 하나도 안 나왔다. 문제는 일정 쪽이었다.

찾아낸 것무엇이 문제였나
현금이 도착 당일에 없다도착하자마자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은 현금만 된다. 그런데 첫 현금 인출 계획이 여드레 뒤였다
산에서 내려오는 택시비 NT$4,720출발지를 산 위로 잡고 계산한 값이었다. 실제로는 역에서 타니 NT$180~240이다. 스무 배 넘게 틀렸다
체크아웃과 차 부르기가 뒤바뀜차를 먼저 부르고 체크아웃하는 순서로 적혀 있었다
배 놓치기 7분 전섬에 가는 날 차 부르는 시각대로면 출항 마감까지 여유가 7분뿐이었다. 15분 앞당겼다
같은 마감이 두 군데에 다르게배표 예약 마감이 결정 칸과 할 일 목록에 서로 다른 날로 적혀 있었다

다섯 개 전부 우리가 문서에 적어 둔 계획이 그랬던 거다. 문서 다섯 개에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도 몰랐는데 한 줄로 이어 놓으니까 그제야 보였다.

앱이 한 일 중에 이게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앱에 넣으려면 몇 시에 나가서 뭘 타고 얼마를 내는지를 한 칸도 비우지 않고 적어야 화면이 채워지니까, 그렇게 적다 보면 안 맞는 데가 저절로 나온다.

그럴 거면 계획만 다시 보면 되지 않느냐 싶겠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봤고 못 찾았다. 문서 다섯 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면 이 줄과 저 줄이 서로 안 맞는다는 게 눈에 안 들어오고, 결국 한자리에 다 모아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야 보인다.

나흘로 끝나지 않았다 — 비 오는 날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쓰고 나서도 앱은 계속 고쳐졌는데, 제일 많이 손본 건 비 오는 날이다.

일정 탭에는 처음부터 날마다 비 온 날 비율이 붙어 있었다. 최근 10년 평균이고, 출발이 가까워지면 매일 아침 받아 오는 예보로 바뀐다. 그런데 그 숫자를 보고 뭘 하라는 건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10월 남부는 비가 잦은데 우리가 적어 둔 대비책이라고는 「비 오면 실내로」 한 줄이 전부였다.

처음엔 도시마다 실내 대체지 목록을 넣으려고 했는데, 적어 보니 우리가 실제로 하게 될 일은 그게 아니었다. 이미 잡아 둔 다른 날과 통째로 맞바꾸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바꿔도 되는 날짜 쌍을 전부 따져서 앱에 넣었다. 열 쌍인데 타이중이 일곱, 타이난이 둘, 가오슝이 하나다. 누르면 두 날이 그대로 자리를 바꾼다.

비 오는 날에 뜨는 자리. 바꿀 수 있는 날과 「왜 이 두 날인가」, 그리고 세 날을 한 번에 돌리는 버튼

쌍마다 네 가지가 같이 붙어 있다.

  • 왜 바꿔도 되는지 — 한쪽이 실내, 한쪽이 야외라는 것
  • 요일에 걸리지 않는지 — 옮긴 날이 휴관일이면 소용이 없다
  • 무엇이 안 따라가는지 — 야시장이나 저녁 식사는 원래 날짜에 그대로 남는다
  • 바꾸면 손해 보는 것 — 어느 요일 오후에만 무료인 전시가 있어서, 옮기면 입장료를 내게 된다

네 번째는 나도 생각 못 했던 건데, 바꿔도 된다는 것과 바꿔도 손해가 없다는 게 같은 말이 아니었다.

한 날만 바꿔서는 안 되는 날이 있었다

월요일이 그랬다. 박물관도 미술관도 문을 닫는 날이라 야외 일정을 밀어내고 싶어도 당겨 올 실내 일정이 아예 없어서, 두 날만 놓고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세 날이 한 바퀴 도는 세트를 따로 만들었다. 조합을 전부 돌려서 720가지를 따졌는데 쓸 만한 건 세 개였고, 각각 어떤 상황에 쓰는 건지와 뭘 다시 예약해야 하는지가 같이 적혀 있다.

예약이 걸린 날은 또 달랐다. 어떤 건 특정 요일에 아예 예매가 안 돼서 옮길 수 있는 날이 처음부터 몇 개 없었고, 그런 날에는 버튼을 달지 않고 「이 날은 못 옮긴다, 대신 이렇게 하라」는 문장을 대신 붙였다. 눌러도 안 되는 버튼이 있으면 더 헷갈릴 것 같았다.

여기서도 만들다가 알게 된 게 있다. 「비 오면 다른 데 가지 뭐」 하고 넘겼던 날 중에 막상 따져 보니 갈 데가 없는 날이 있었다. 앞에서 찾은 다섯 개와 같은 종류다.

이걸 넣느라 정보 묶음이 여덟에서 열넷으로 늘었고, 늘어난 여섯 중 넷이 「이건 바꿔도 되나」에 답하는 것들이다.

정보 화면 — 맨 위 「꼭 기억할 것」 아래로 도시별 「안 되는 날」이 붙었다

서버가 없어서 남은 숙제 하나

앞 편에 지출 기록이 각자 폰에만 쌓인다고 썼다. 서버를 두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인데, 서버를 만들면 해결되기는 해도 그러면 관리할 게 생기고 돈도 든다. 한 달 쓰자고 만든 물건에 그건 과하다 싶었다.

그래서 합치는 일은 사람 손으로 넘겼다. 한쪽 폰에서 보낼 것을 만들면 그동안 적은 내용이 긴 텍스트로 나오는데, 그걸 메신저로 보내고 받은 쪽이 붙여 넣으면 합쳐진다.

우아한 방법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원래 사진이랑 메모를 메신저로 주고받기로 해 뒀으니까 새로 배울 게 없다는 건 마음에 든다. 실제로 굴러가는지는 가 봐야 안다.

코딩을 못 해도 할 수 있는 일

나흘 지켜본 걸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가 한 것클로드가 한 것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기그걸 화면으로 만들기
틀린 걸 찾아내기왜 틀렸는지 찾아 고치기
문장이 이상하다고 말하기108개를 규칙에 맞춰 다시 쓰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다시 만들기

왼쪽 칸은 코딩이 아니다. 우리 여행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건 우리밖에 못 하고, 오른쪽은 우리가 못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개발자가 아닌데 앱을 만들었다」는 말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만들었다기보다 계속 고쳐 달라고 한 쪽에 가깝고, 다만 그 일에는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었다.

다음 여행에도 쓸 수 있을까

데이터가 한 벌로 모여 있으니 그 안의 일정만 바꾸면 같은 형식이 다시 나온다. 만드는 도구도 폴더에 같이 넣어 뒀다.

다만 이건 아직 떠나기 전에 책상에서 하는 말이라, 28일을 들고 다녀 보면 안 쓰는 기능이 절반쯤 나올 것 같다. 어느 탭을 제일 많이 열었고 어느 기능은 한 번도 안 눌렀는지는 돌아와서 적어야겠다.

여기까지가 준비하면서 만든 도구 이야기다. 만들고 나서 보니 숙소를 고르고 기차를 예매하고 연휴를 피해 일정을 옮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단계였고, 이 단계에서만 걸리는 실수가 있었던 것뿐이다.

이제 짐만 싸면 된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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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6. 9. 24. 13:16

여행 일정표 앱, 조사한 걸 현지에서 펼치는 법 (워케이션 준비 12)

조사한 건 쌓였는데, 정작 여행지에서 펼칠 방법이 없었다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⑫ · 도구 편 — 아직 떠나기 전에 쓰는 글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12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앞서 열한 편을 썼다. 숙소를 왜 호텔로 잡았는지, 네 곳에 얼마를 냈는지, 10월 연휴를 어떻게 피했는지, 기차를 어떻게 예매했는지, 도시마다 어디에 하루를 쓸지, 그리고 두 사람 28박에 얼마가 드는지까지. 그 바탕이 된 자료는 문서 다섯 개에 쌓여 있다. 숙소 요금표, 기차 시각, 야시장 요일, 투어 열한 개 비교가 전부 거기 들어 있다.

여기까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걸 여행지에서 어떻게 보지.

한글 문서를 폰에서 열어 스크롤하며 필요한 줄을 찾는 건 길 위에서 할 짓이 아니다. 그 자료가 필요한 순간은 늘 캐리어를 끌고 있거나, 택시 기사 옆에 서 있거나, 야시장 한복판이다. 그런 자리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답 한 줄이 바로 보여야 한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닐지를 한참 고민했다. 필요한 부분만 인쇄해 갈까, 중요한 것만 추려서 폰 메모에 옮길까. 어느 쪽도 마땅치 않았다. 인쇄물은 바뀌면 그만이고, 메모로 옮기면 옮기는 동안 절반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다 작가인 남편이 「간단한 앱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라고 했다. 남편은 개발자가 아니다. 클로드한테 시켜 보겠다는 말이었고, 나는 솔직히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만들어졌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다음 편에 따로 적고, 오늘은 무엇이 필요했고 무엇이 나왔는지만 적는다.

필요한 건 세 가지였다

만들기 전에 둘이 먼저 정리한 게 있다. 여행지에서 폰을 꺼내는 순간이 언제인가. 적어 보니 세 가지였다.

  1. 지금 뭘 하는 시간인가 — 다음 일정과 남은 시간
  2.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가 — 지금 있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경로
  3. 기사에게 뭘 보여 주는가 — 한자로 적힌 주소

공통점은 찾아서 나오면 안 되고 열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 하나로 넣을 것과 뺄 것이 거의 다 갈렸다.

탭 다섯 개로 끝냈다

앱을 열면 나오는 첫 화면. 남은 날, 아직 안 한 일, 다음 일정이 한 화면에 있다

탭무엇이 들어 있나
오늘다음 일정 하나와 거기까지 가는 길. 남은 할 일과 아직 못 정한 것의 개수가 맨 위에 뜬다. 이 화면만 봐도 하루가 돌아가게 만든 자리다
일정28박 전체. 날마다 시간표와 그날의 평년 기온·비 온 날 비율이 같이 붙는데, 출발이 가까워지면 매일 아침 받아 오는 예보로 바뀐다. 아직 안 정한 날에는 「미정」 표시가 붙는다
장소저장해 둔 곳들이 숙소에서 걸어서 몇 분인지 순으로 뜬다
기록지출과 그날 다닌 곳, 그리고 생각
더보기할 일과 결정 · 짐 준비물 · 정보 · 환율 · 번역 · 기록 주고받기 · 사용 방법 · 공유 사진 폴더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206곳이 장소 탭에 들어갔다. 맛집 123, 가볼 곳 29, 야시장 17, 생활 17, 카페 16, 술 4다. 숙소에서 도보 몇 분 순으로 뜨니까 「근처에 뭐 있지」가 검색이 아니라 목록이 된다.

더보기에 넣은 것 중에 제일 자주 열릴 것 같은 건 정보다. 비상 연락, 교통 요약, 현금과 ATM, 요일 함정, 전기, 태풍, 세관, 짧은 중국어 같은 것을 열네 묶음 102줄로 넣었다. 짐 준비물 28개는 떠나기 전날 둘이 같이 보려고 체크박스로 만들어 뒀다.

환율 계산기와 번역도 들어 있는데 여기는 기대를 안 한다. 어차피 쓰던 앱을 열게 될 것 같다. 안 쓰면 안 쓴 대로 돌아와서 적겠다.

일정 탭 — 날마다 평년 기온과 「비 온 날」 비율이 붙고, 안 정한 날에는 「미정」이 붙는다

안 정한 것을 담는 칸을 따로 만들었다

여기가 이 앱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보통 일정표는 정해진 것만 담는다. 그런데 우리 28박에서 아직 안 정한 게 여섯 개나 된다. 날씨를 봐야 하고, 그날 몸이 어떨지 알 수 없고, 앞 일정이 밀릴 수도 있어서다. 이걸 「미정」이라고 적어 두면 그 칸은 그냥 빈칸이 되고, 정작 정해야 하는 날 아침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해야 할 것어디서무엇이 갈리나
서쪽 투어, 반나절이냐 일일이냐한국일일을 고르면 오전이 통째로 나간다
섬으로 가는 배, 어디서 예약하나한국같은 배인데 접송과 환불 조건이 다르다
박물관, 특별전도 볼까현지둘 다 보면 5~6시간, 오후 낮잠이 사라진다
아리산이냐 불광산이냐현지열한 시간이냐 반나절이냐
영사관을 들를까현지계단 오르막 40~50분을 넣느냐
물에 들어갈까현지씻고 말리는 시간까지 세 시간

그래서 이 여섯 개를 「결정」이라는 칸에 따로 세워 뒀다. 각각에 왜 갈리는지와 선택지 둘이 붙어 있고, 언제까지 정해야 하는지도 적혀 있다. 한국에서 정할 게 둘, 현지에서 정할 게 넷이다.

그리고 앱에서 하나를 고르면 그날 일정이 바뀐다. 반나절 투어를 고르면 오전 일정이 살아나고, 일일을 고르면 오전 칸이 투어로 덮인다. 고르기 전까지 그날은 「미정」 표시가 붙어 있다.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절반은 「가서 정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면 무엇을 두고 저울질하기로 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미정인 채로 두는 것과, 미정이라는 사실과 그 이유를 적어 두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하루를 펼친 화면. 숙소 주소는 「기사님께 보여주기」 버튼으로 바로 뜬다

알림은 구글 캘린더에 맡겼다

앱에 알림 기능은 넣지 않았다. 앱을 열어야 보이는 알림은 어차피 놓친다. 대신 같은 일정을 캘린더 파일로 뽑아 구글 캘린더에 넣었는데 88건이다.

알림 시각은 일정 성격에 따라 다르게 줬다.

  • 비행기 90분 전 — 공항은 되돌릴 수 없다
  • 이동·체크아웃·투어 집합 60분 전 — 기차와 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 나머지 30분 전

캘린더 파일을 넣을 때 막히는 지점

파일 안에 알림 시각을 적어 넣어도 구글은 그걸 무시하고 캘린더의 기본 알림을 쓴다. 그래서 일정을 담을 캘린더를 새로 하나 만들고, 그 캘린더의 기본 알림을 먼저 30분 전으로 바꿔 둬야 한다. 그리고 파일 가져오기는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되고 폰에는 메뉴 자체가 없다.

이렇게 해 두니 앱을 안 열어도 폰이 먼저 알려 준다. 앱은 알림을 받고 열었을 때 자세한 내용을 보는 자리가 된다.

더보기 — 할 일과 결정, 짐, 정보, 환율, 번역이 여기 모여 있다

인터넷이 끊기는 날을 위한 한 장

이 앱은 인터넷이 있어야 열린다. 그래서 인터넷 없이 볼 한 장을 따로 만들었다. 비상 연락, 숙소 네 곳의 한자 주소, 짧은 중국어, 전기와 콘센트, 태풍 오는 날 확인할 것이 한 화면에 들어 있고, 도시와 숙소 주변 지도 일곱 장도 이미지로 같이 들어 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쓸 일이 생기는 날은 대개 제일 곤란한 날이다.

지출 기록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솔직하게 적자면 여기는 아직 깔끔하지 않다. 앱이 서버 없이 도는 구조라 지출 기록이 그 폰에만 쌓인다. 둘이 따로 적으면 합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한 사람 폰에서만 적기로 정해 뒀다. 두 폰의 기록을 합치는 방법도 만들어 두긴 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겠다. 서버 없이 만들면 이런 것들이 하나씩 숙제로 남는다.

이걸 왜 만들었나

이 앱이 한 일은 새로운 정보를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조사해 둔 걸 쓸 수 있는 자리로 옮긴 것뿐이다. 문서에 있던 숙소 주소는 기사에게 보여 주는 화면이 됐고, 표에 있던 투어 비교는 그날 아침에 고르는 버튼이 됐다.

조사는 다들 열심히 한다. 문제는 그게 여행지에서 안 열린다는 거다. 우리도 자료는 다 있었는데 꺼낼 방법이 없었다.

다음 편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적는다. 코딩을 못 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 막히는지, 그리고 일정이 바뀔 때마다 앱과 캘린더를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게 한 구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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