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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13편 - 앱을 만들다 여행 계획의 구멍을 찾았다
도구를 만드는 일이 결국 계획을 검산하는 일이 됐다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⑬ · 도구 편 — 아직 떠나기 전에 쓰는 글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13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앞 편에서 조사한 자료를 들고 다니려고 앱을 만들었다고 썼다. 이번에는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다.
남편이 「간단한 앱 같은 거라도」라고 했을 때 나는 한두 시간짜리 이야기인 줄 알았다. 결과는 나흘이었다. 그런데 그 나흘의 구성이 내 예상과 달랐다. 만드는 데 이틀, 고치는 데 이틀이 들었다.
미리 말해 두면,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건 앱을 갖는 게 아니었다. 28일 일정을 빠짐없이, 어긋난 데 없이 들고 가는 것이었다. 앱은 그 방법으로 고른 것뿐이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계획 자체를 다시 훑는 일이 됐다. 오늘 글의 진짜 내용은 그쪽이다.
제일 잘한 건 데이터를 한 군데 모은 것이다
처음에 정한 게 하나 있다. 일정을 한 파일에만 적어 두고, 앱도 캘린더도 거기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 여행 데이터 한 벌에서 | 나오는 것 |
|---|---|
| 숙소 · 날짜별 일정 · 할 일 · 결정 · 정보 · 저장한 장소 | 폰에서 여는 앱 |
| 구글 캘린더에 넣는 알림 파일 | |
| 인터넷 없이 보는 한 장 |
이게 왜 중요하냐면, 여행 일정은 준비하는 내내 바뀌기 때문이다. 기차를 예매하면 시각이 확정되고, 투어를 하나 정하면 그날 오전이 통째로 사라진다. 앱과 캘린더와 종이를 따로 고치면 언젠가 하나가 어긋나고, 어긋난 줄도 모른 채 들고 간다.
지금은 한 군데만 고치면 셋이 같이 바뀐다. 실제로 준비하는 동안 일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다시 만들면 끝이었다.

일정을 한 파일에만 적고, 앱과 캘린더와 오프라인 종이가 거기서 나온다
나흘 동안 한 일
| 시점 | 한 일 |
|---|---|
| 첫날 | 캘린더 파일과 화면 틀.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장소 목록을 데이터로 옮김 |
| 이틀째 | 도시와 숙소 주변 지도 일곱 장을 이미지로 떠서 넣음 — 인터넷이 끊겨도 보이게 |
| 사흘째 | 새벽에 과거 기상 데이터를 받아 날짜별 평년 기온과 비 올 확률을 붙임 |
| 사흘째 오후 ~나흘째 | 전부 고치는 일. 화면 점검 → 문장 다듬기 → 마지막 점검 → 다시 만들기 |
표를 만들고 보니 분명해졌다. 새로 만든 건 앞 절반뿐이다.
화면부터 덜어냈다
사흘째 오후에 화면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나온 지적은 「정보가 모자란다」가 아니라 「정보는 충분하고, 이제 덜어낼 차례」였다.
- 같은 정보가 여러 번 나온다 — 시간표에도, 메모에도, 이동 칸에도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 한 줄에 성격이 다른 정보가 섞여 있다 — 장소와 요금과 주의사항이 한 문장에
- 조건부 일정이 문장으로만 표현돼 있다 — 「비 오면 대신」이 글자로만 적혀 있고 고를 수가 없었다
- 강조 색이 너무 많다 — 다 강조하면 아무것도 강조가 아니다
세 번째 지적이 결국 앞 편에 쓴 「결정」 칸이 됐다. 문장으로 적혀 있던 조건을 고를 수 있는 칸으로 바꾼 것이다.
문장은 108개를 고쳤다
그다음은 메모 문장이었다. 규칙을 세 줄로 정하고 전부 훑었다. 조건을 앞에, 숫자를 앞에, 한 문장에 한 사실.
| 전 | 후 |
|---|---|
| 늦어도 09:10엔 숙소 도착 | 09:10까지 숙소에 돌아오기 |
| 공항에서 사지 않아도 됩니다 —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우버라 카드가 필요 없고, 충전은 현금만 됩니다 | 공항에서는 안 사도 돼요(공항→숙소는 우버) · 충전은 현금만 돼요 |
| 숙소에서 6.7㎞ | 숙소에서 6.7㎞라 걸어가긴 멀어요 |
| 취젠처 배차가 뜸할 수 있으니 역에서 시각 확인 | 취젠처는 배차가 뜸할 수 있어요 — 역에서 시각 확인 |
뜻이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읽는 자리가 길 위라서 고친 것이다. 한 문장에 두 가지가 들어 있으면 걸어가면서는 둘 다 안 읽힌다.
「숙소에서 6.7㎞」와 「숙소에서 6.7㎞라 걸어가긴 멀어요」는 같은 사실이다. 그런데 앞의 문장은 내가 6.7㎞가 먼지 가까운지 판단해야 하고, 뒤의 문장은 판단이 끝나 있다. 피곤한 날 저녁에 이 차이가 크다.
마지막 점검에서 나온 것들
여기가 제일 놀란 대목이다.
화면은 멀쩡했다. 탭과 날짜를 조합한 화면 144개, 항목 6,042개를 자동으로 훑어 오류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일정 자체에 구멍이 있었다.
| 찾아낸 것 | 무엇이 문제였나 |
|---|---|
| 현금이 도착 당일에 없다 | 도착하자마자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은 현금만 된다. 그런데 첫 현금 인출 계획이 여드레 뒤였다 |
| 산에서 내려오는 택시비 NT$4,720 | 출발지를 산 위로 잡고 계산한 값이었다. 실제로는 역에서 타니 NT$180~240이다. 스무 배 넘게 틀렸다 |
| 체크아웃과 차 부르기가 뒤바뀜 | 차를 먼저 부르고 체크아웃하는 순서로 적혀 있었다 |
| 배 놓치기 7분 전 | 섬에 가는 날 차 부르는 시각대로면 출항 마감까지 여유가 7분뿐이었다. 15분 앞당겼다 |
| 같은 마감이 두 군데에 다르게 | 배표 예약 마감이 결정 칸과 할 일 목록에 서로 다른 날로 적혀 있었다 |
이 다섯 개는 앱이 고장 나서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문서에 적어 둔 계획 자체가 그랬다. 문서 다섯 개에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도 몰랐고, 한 줄로 이어 놓고 보니 드러났다.
앱이 한 일 중에 이게 제일 컸던 것 같다. 화면을 예쁘게 만든 게 아니라 일정을 한 줄로 세워서 어긋난 자리를 보이게 한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앱에 넣으려면 일정을 빠짐없이 한 줄로 적어야 한다. 몇 시에 나가서 무엇을 타고 얼마를 내는지를 하나도 비우지 않고 적어야 화면이 채워진다. 그렇게 적어 놓으면 안 맞는 데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계획만 검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여러 번 훑어봤고 못 찾았다. 문서 다섯 개를 왔다 갔다 하며 보면 「이 줄과 저 줄이 서로 안 맞는다」가 눈에 안 들어온다. 도구를 만든다는 건 결국 한 자리에 다 모아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는 일이었다.
나흘로 끝나지 않았다 — 비 오는 날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쓰고 나서도 앱은 계속 고쳐졌다. 제일 크게 붙은 건 비다.
일정 탭에는 처음부터 날마다 「비 온 날 비율」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를 보고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10월 남부는 비가 잦은데, 우리가 적어 둔 대비책이라고는 「비 오면 실내로」 한 줄이 전부였다.
처음엔 도시마다 실내 대체지 목록을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적어 보니 우리가 실제로 하게 될 일은 그게 아니었다. 갈 곳을 새로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잡아 둔 다른 날과 통째로 맞바꾼다. 야외인 날과 실내인 날을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바꿔도 되는 날짜 쌍을 전부 따져서 앱에 넣었다. 열 쌍이다. 타이중 일곱, 타이난 둘, 가오슝 하나. 누르면 두 날이 그대로 자리를 바꾼다.

비 오는 날에 뜨는 자리. 바꿀 수 있는 날과 「왜 이 두 날인가」, 그리고 세 날을 한 번에 돌리는 버튼
쌍마다 네 가지가 같이 붙어 있다.
- 왜 바꿔도 되는지 — 한쪽이 실내, 한쪽이 야외라는 것
- 요일에 걸리지 않는지 — 옮긴 날이 휴관일이면 소용이 없다
- 무엇이 안 따라가는지 — 야시장이나 저녁 식사는 원래 날짜에 그대로 남는다
- 바꾸면 손해 보는 것 — 어느 요일 오후에만 무료인 전시가 있어서, 옮기면 입장료를 내게 된다
네 번째가 제일 뜻밖이었다. 「바꿔도 된다」와 「바꿔도 아무 일 없다」는 다른 말이었다.
한 날만 바꿔서는 안 되는 날이 있었다
월요일이 그랬다. 박물관도 미술관도 문을 닫는 날이라, 야외 일정을 밀어내고 싶어도 당겨 올 실내 일정이 아예 없다. 두 날만 놓고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세 날이 한 바퀴 도는 「세트」를 따로 만들었다. 조합을 전부 돌려 720가지를 따졌고, 실제로 쓸 만한 건 세 개였다. 각각 어떤 상황에서 쓰는 안인지, 무엇을 다시 예약해야 하는지가 같이 적혀 있다.
예약이 걸린 날은 또 달랐다. 어떤 것은 특정 요일에 아예 예매가 안 돼서, 옮길 수 있는 날이 처음부터 몇 개 없다. 그런 날에는 버튼을 달지 않고 「이 날은 못 옮긴다, 대신 이렇게 하라」는 문장을 대신 붙였다. 눌러 봐야 소용없는 버튼보다 그게 나았다.
여기서도 만들다가 알게 된 게 있다. 우리가 「비 오면 다른 데 가지 뭐」라고 넘겼던 날 중에, 막상 따져 보니 갈 데가 없는 날이 있었다. 앞에서 찾은 다섯 개와 같은 종류다. 적어 보기 전에는 있는 줄 알았던 것.
이걸 넣느라 「정보」 묶음이 여덟에서 열넷으로 늘었다. 늘어난 여섯 중 넷이 「이건 바꿔도 되나」에 답하는 것들이다.

정보 화면 — 맨 위 「꼭 기억할 것」 아래로 도시별 「안 되는 날」이 붙었다
서버가 없어서 남은 숙제 하나
앞 편에 지출 기록이 각자 폰에만 쌓인다고 썼다. 서버를 두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서버를 만들면 해결되지만 그러면 관리할 것이 생기고 돈도 든다. 한 달 쓰자고 만든 물건에 그건 과하다.
그래서 합치는 일을 사람 손으로 넘겼다. 한쪽 폰에서 보낼 것을 만들면 그동안 적은 내용이 긴 글자 덩어리로 나온다. 그걸 메신저로 보내고 받은 쪽이 붙여 넣으면 합쳐진다.
우아한 방법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원래 사진과 메모를 메신저로 주고받기로 해 뒀다. 새로 배울 게 없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이게 실제로 굴러가는지는 가 봐야 안다.
코딩을 못 해도 할 수 있는 일
나흘을 지켜보고 정리하면 이렇다.
| 우리가 한 것 | 클로드가 한 것 |
|---|---|
|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기 | 그걸 화면으로 만들기 |
| 틀린 걸 찾아내기 | 왜 틀렸는지 찾아 고치기 |
| 문장이 이상하다고 말하기 | 108개를 규칙에 맞춰 다시 쓰기 |
| 「이건 아닌 것 같은데」 | 다시 만들기 |
왼쪽 칸은 코딩이 아니다. 우리 여행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건 우리밖에 못 한다. 오른쪽은 우리가 못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개발자가 아닌데 앱을 만들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만든 건 아니고, 계속 고쳐 달라고 한 것에 가깝다. 다만 그 일에는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었다.
다음 여행에도 쓸 수 있을까
데이터가 한 벌로 모여 있으니 그 안의 일정만 바꾸면 같은 형식이 다시 나온다. 만드는 도구도 폴더에 같이 넣어 뒀다.
다만 이건 아직 떠나기 전에 책상에서 한 말이다. 28일을 들고 다녀 보면 안 쓰는 기능이 절반쯤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탭을 제일 많이 열었고 어느 기능을 한 번도 안 눌렀는지는 돌아와서 쓰겠다.
여기까지가 준비하면서 만든 도구 이야기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니 이것도 결국 준비의 한 단계였다. 숙소를 고르고 기차를 예매하고 연휴를 피해 일정을 옮긴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단계에서만 찾을 수 있는 종류의 실수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 준비에서 남은 건 하나다. 짐을 싸는 일. 다음 편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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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12편 - 일정표를 앱으로 만들었다
조사한 건 쌓였는데, 정작 여행지에서 펼칠 방법이 없었다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⑫ · 도구 편 — 아직 떠나기 전에 쓰는 글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12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앞서 열한 편을 썼다. 숙소를 왜 호텔로 잡았는지, 네 곳에 얼마를 냈는지, 10월 연휴를 어떻게 피했는지, 기차를 어떻게 예매했는지, 도시마다 어디에 하루를 쓸지, 그리고 두 사람 28박에 얼마가 드는지까지. 그 바탕이 된 자료는 문서 다섯 개에 쌓여 있다. 숙소 요금표, 기차 시각, 야시장 요일, 투어 열한 개 비교가 전부 거기 들어 있다.
여기까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걸 여행지에서 어떻게 보지.
한글 문서를 폰에서 열어 스크롤하며 필요한 줄을 찾는 건 길 위에서 할 짓이 아니다. 그 자료가 필요한 순간은 늘 캐리어를 끌고 있거나, 택시 기사 옆에 서 있거나, 야시장 한복판이다. 그런 자리에서 필요한 건 검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답 한 줄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닐지를 한참 고민했다. 필요한 부분만 인쇄해 갈까, 중요한 것만 추려서 폰 메모에 옮길까. 어느 쪽도 마땅치 않았다. 인쇄물은 바뀌면 그만이고, 메모로 옮기면 옮기는 동안 절반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다 작가인 남편이 「간단한 앱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라고 했다. 남편은 개발자가 아니다. 클로드한테 시켜 보겠다는 말이었고, 나는 솔직히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만들어졌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다음 편에 따로 적고, 오늘은 무엇이 필요했고 무엇이 나왔는지만 적는다.
필요한 건 세 가지였다
만들기 전에 둘이 먼저 정리한 게 있다. 여행지에서 폰을 꺼내는 순간이 언제인가. 적어 보니 세 가지였다.
- 지금 뭘 하는 시간인가 — 다음 일정과 남은 시간
-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가 — 지금 있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경로
- 기사에게 뭘 보여 주는가 — 한자로 적힌 주소
공통점은 찾아서 나오면 안 되고 열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 하나로 넣을 것과 뺄 것이 거의 다 갈렸다.
탭 다섯 개로 끝냈다

앱을 열면 나오는 첫 화면. 남은 날, 아직 안 한 일, 다음 일정이 한 화면에 있다
| 탭 | 무엇이 들어 있나 |
|---|---|
| 오늘 | 다음 일정 하나와 거기까지 가는 길. 남은 할 일과 아직 못 정한 것의 개수가 맨 위에 뜬다. 이 화면만 봐도 하루가 돌아가게 만든 자리다 |
| 일정 | 28박 전체. 날마다 시간표와 그날의 평년 기온·비 온 날 비율이 같이 붙고, 아직 안 정한 날에는 「미정」 표시가 붙는다 |
| 장소 | 저장해 둔 곳들이 숙소에서 걸어서 몇 분인지 순으로 뜬다 |
| 기록 | 지출과 그날 다닌 곳, 그리고 생각 |
| 더보기 | 할 일과 결정 · 짐 준비물 · 정보 · 환율 · 번역 · 기록 주고받기 |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206곳이 장소 탭에 들어갔다. 맛집 123, 가볼 곳 29, 야시장 17, 생활 17, 카페 16, 술 4다. 숙소에서 도보 몇 분 순으로 뜨니까 「근처에 뭐 있지」가 검색이 아니라 목록이 된다.
더보기에 넣은 것 중에 제일 자주 열릴 것 같은 건 정보다. 비상 연락, 교통 요약, 현금과 ATM, 요일 함정, 전기, 태풍, 세관, 짧은 중국어 같은 것을 열네 묶음 102줄로 넣었다. 짐 준비물 28개는 체크박스로 만들어 뒀다 — 떠나기 전날 둘이 같이 보려고.
환율 계산기와 번역도 들어 있는데 여기는 기대를 안 한다. 어차피 쓰던 앱을 열게 될 것 같다. 안 쓰면 안 쓴 대로 돌아와서 적겠다.

일정 탭 — 날마다 평년 기온과 「비 온 날」 비율이 붙고, 안 정한 날에는 「미정」이 붙는다
안 정한 것을 담는 칸을 따로 만들었다
여기가 이 앱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보통 일정표는 정해진 것만 담는다. 그런데 우리 28박에서 아직 안 정한 게 여섯 개나 된다. 날씨를 봐야 하고, 그날 몸이 어떨지 알 수 없고, 앞 일정이 밀릴 수도 있어서다. 이걸 「미정」이라고 적어 두면 그 칸은 그냥 빈칸이 되고, 정작 정해야 하는 날 아침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 정해야 할 것 | 어디서 | 무엇이 갈리나 |
|---|---|---|
| 서쪽 투어, 반나절이냐 일일이냐 | 한국 | 일일을 고르면 오전이 통째로 나간다 |
| 섬으로 가는 배, 어디서 예약하나 | 한국 | 같은 배인데 접송과 환불 조건이 다르다 |
| 박물관, 특별전도 볼까 | 현지 | 둘 다 보면 5~6시간, 오후 낮잠이 사라진다 |
| 아리산이냐 불광산이냐 | 현지 | 열한 시간이냐 반나절이냐 |
| 영사관을 들를까 | 현지 | 계단 오르막 40~50분을 넣느냐 |
| 물에 들어갈까 | 현지 | 씻고 말리는 시간까지 세 시간 |
그래서 이 여섯 개를 「결정」이라는 칸에 따로 세워 뒀다. 각각에 왜 갈리는지와 선택지 둘이 붙어 있고, 언제까지 정해야 하는지도 적혀 있다. 한국에서 정할 게 둘, 현지에서 정할 게 넷이다.
그리고 앱에서 하나를 고르면 그날 일정이 바뀐다. 반나절 투어를 고르면 오전 일정이 살아나고, 일일을 고르면 오전 칸이 투어로 덮인다. 고르기 전까지 그날은 「미정」 표시가 붙어 있다.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절반은 「가서 정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면 무엇을 두고 저울질하기로 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미정인 채로 두는 것과, 미정이라는 사실과 그 이유를 적어 두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하루를 펼친 화면. 숙소 주소는 「기사님께 보여주기」 버튼으로 바로 뜬다
알림은 앱이 아니라 구글 캘린더에 맡겼다
앱에 알림 기능을 넣지 않았다. 앱을 열어야만 보이는 알림은 알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일정을 캘린더 파일로 뽑아 구글 캘린더에 넣었다. 88건이다.
알림 시각은 일정 성격에 따라 다르게 줬다.
- 비행기 90분 전 — 공항은 되돌릴 수 없다
- 이동·체크아웃·투어 집합 60분 전 — 기차와 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 나머지 30분 전
캘린더 파일을 넣을 때 막히는 지점
파일 안에 알림 시각을 적어 넣어도 구글은 그걸 무시하고 캘린더의 기본 알림을 쓴다. 그래서 일정을 담을 캘린더를 새로 하나 만들고, 그 캘린더의 기본 알림을 먼저 30분 전으로 바꿔 둬야 한다. 그리고 파일 가져오기는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된다 — 폰에서는 메뉴 자체가 없다.
이렇게 해 두니 앱을 안 열어도 폰이 먼저 알려 준다. 앱은 알림을 받고 열었을 때 자세한 내용을 보는 자리가 된다.

더보기 — 할 일과 결정, 짐, 정보, 환율, 번역이 여기 모여 있다
인터넷이 끊기는 날을 위한 한 장
이 앱은 인터넷이 있어야 열린다. 그래서 인터넷 없이 볼 한 장을 따로 만들었다. 비상 연락, 숙소 네 곳의 한자 주소, 짧은 중국어, 전기와 콘센트, 태풍 오는 날 확인할 것이 한 화면에 들어 있고, 도시와 숙소 주변 지도 일곱 장이 이미지로 박혀 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쓸 일이 생기는 날은 대개 제일 곤란한 날이다.
지출 기록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솔직하게 적자면 여기는 아직 깔끔하지 않다. 앱이 서버 없이 도는 구조라 지출 기록이 그 폰에만 쌓인다. 둘이 따로 적으면 합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한 사람 폰에서만 적기로 정해 뒀다. 두 폰의 기록을 합치는 방법도 만들어 두긴 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겠다. 서버 없이 만들면 이런 것들이 하나씩 숙제로 남는다.
이걸 왜 만들었나
정리하면 이 앱이 한 일은 새로운 정보를 만든 게 아니다. 이미 조사해 둔 것을 쓸 수 있는 자리로 옮겼을 뿐이다. 문서에 있던 숙소 주소는 기사에게 보여 주는 화면이 됐고, 표에 있던 투어 비교는 그날 아침에 고르는 버튼이 됐다.
조사는 다들 열심히 한다. 문제는 그게 여행지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와 현장 사이에 빠져 있던 건 정보가 아니라 형태였다.
다음 편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적는다. 코딩을 못 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 막히는지, 그리고 일정이 바뀔 때마다 앱과 캘린더를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게 한 구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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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11편 - 두 사람 28박, 505만 원의 내역
싸게 다녀오는 숫자는 아니다 — 일하면서 사는 조건이 만든 예산표
대만 워케이션 준비기 ⑪ · 예산 편 — 떠나기 며칠 전
이 글은 「대만 한달살기 워케이션 준비」 시리즈의 11편입니다. 시작은 1편 — 세 도시로 나눈 이유.
곧 떠난다. 마지막으로 돈 이야기를 정리했다. 다녀와서 실제로 얼마 썼는지 따로 쓸 생각이라, 오늘 글은 출발 전에 잡아 둔 숫자다. 이게 얼마나 맞는지가 한 달 뒤에 나온다.
먼저 하나 밝혀 두면, 이 숫자는 「한 달을 싸게 사는 법」의 가격표가 아니다. 같은 28박을 훨씬 싸게 만드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우리는 그쪽을 택하지 못했다. 이유는 뒤에 적었다.
예산 — 두 사람, 28박
| 항목 | 금액 | 메모 |
|---|---|---|
| 숙박 28박 | 255만 7천 원 | 네 곳. 결제 완료라 확정된 숫자다. 1박 평균 9만 1,323원 |
| 식비 (하루 NT$1,000) | 약 120만 원 | 야시장·현지 식당 기준. 하루 두 사람 4만 3천 원 |
| 투어·입장료·교통 ·통신 | 약 80만 원 | 근교 투어 두 건 + 섬 하루 + 기차 2구간 + 시내 교통 + eSIM. 아리산을 넣으면 +25만 |
| 소계 | 약 456만 원 | 하루 약 16만 3천 원 (두 사람 기준, 항공권 제외) |
| 항공권 2인 편도 2장 | 49만 5천 원 | 결제 완료 |
| 합계 | 약 505만 원 | 하루 18만 원 · 한 사람 하루 9만 원 |
1 TWD = 42.81원 기준. 숙박과 항공권은 결제 완료 금액이고 나머지는 예정 금액이다.
항공권을 뺀 금액에서 숙박이 절반을 넘는다(56%). 처음 잡았던 목표는 1박 6만 원대였는데 9만 원대가 됐다.
왜 이만큼이 됐나
관광으로 한 달을 살면 이보다 훨씬 싸게 할 수 있다. 도미토리나 외곽 아파트를 쓰고 한 도시에 눌러앉아 장박 할인을 받으면 숙박비는 절반 아래로 내려간다. 우리가 그 길로 못 간 이유는 하나다 — 이 한 달 동안 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숙소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조건이 넷이었다.
- 책상이 있는 방 — 침대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한 달을 일할 수는 없다
- 화상 회의가 되는 조용함 — 숙소비 편에서 고층 배정을 요청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 세탁 — 주말을 빨래에 쓰지 않으려면 필요하다
- 역과 중심가에서 도보권 — 일 끝나고 저녁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넷을 다 만족하는 방은 도미토리에도, 외곽 아파트에도 없었다. 숙박이 56%인 건 그 결과다. 방 크기와 위치를 골라 가며 올린 값이라 아깝지는 않지만, 「싸게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하나 더 있다. 회사의 워케이션 제도를 쓰고 가는 것이라 표에 적힌 금액을 전부 우리가 내는 건 아니다. 제도에서 지원되는 몫이 있어 체감은 이 표보다 가볍다. 그래도 이 글은 「이 여행 자체에 얼마가 드는가」를 적는 게 목적이라 지원분을 빼지 않은 총액으로 썼다. 제도는 회사마다 다르니 그쪽이 더 쓸모 있을 것 같았다.
더 싸게 가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
| 줄이는 방법 | 아끼는 돈 | 대신 포기하는 것 |
|---|---|---|
| 한 도시에 눌러앉기 | 장박 할인 | 세 도시를 보는 것. 1편에서 도시를 나눈 이유가 여기서 값으로 돌아온다 |
| 숙소 등급 한 단계 아래 | 약 90만 원 | 1박 6만 원대면 책상이나 세탁 중 하나가 빠진다 |
| 외곽으로 나가기 | 30~40% | 저녁마다 나가는 걸 포기하게 된다. 결국 교통비로 일부 돌아온다 |
| 식비를 현지 물가에 맞추기 | 30만 원 안팎 | 야시장과 노포 위주. 사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이득에 가깝다 |
이 표는 하한선이 아니라 우리 조건에서 나온 값이다. 순수한 여행이었다면 나도 다르게 짰을 것이다.
가장 흔들릴 항목은 식비다
지금은 야시장과 현지 식당 기준으로 하루 두 사람 NT$1,000을 잡았다. 그런데 편하게 다니면 NT$1,500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러면 식비만 60만 원이 늘어 총액이 565만 원대가 된다. 실제로는 그 사이 어딘가일 것이다.
여기에 아직 안 정한 하루가 하나 걸려 있다. 아리산에 갈지 말지가 그것인데, 가면 25만 원이 더 붙는다. 하루 일정 하나가 총예산의 5%다.
현금은 얼마나 들고 갈까
결론부터. 한국에서는 NT$12,000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현지 ATM에서 뽑기로 했다.
여행 전체의 현금 수요를 NT$28,000~38,000으로 봤다. 야시장과 노포가 거의 현금만 받고, 거기에 입장료와 교통카드 충전 같은 현장 지불이 식비를 빼고도 NT$8,700 붙는다. 그 전부를 한국에서 바꿔 가면 한 달 내내 큰돈을 들고 다녀야 한다.
출발 전에 은행에서 해 둘 것 — 카드 비밀번호를 네 자리로
대만 ATM은 네 자리만 받는다. 한국 카드가 여섯 자리면 현지에서 인출 자체가 안 된다. 앱이나 창구에서 바꿀 수 있는데, 이건 도착해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카드는 두 장을 나눠 챙긴다. 한 장이 거절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 편의점 ATM은 건당 수수료가 NT$100 안팎이다. 며칠치씩 뽑되 너무 잘게 쪼개면 수수료가 쌓인다. 우리는 타이중과 가오슝에서 한 번씩, 연휴 직전에 미리 뽑는 것으로 잡았다.
- 카드 결제할 때 「원화(KRW)로 결제하시겠습니까」는 반드시 거절한다. 편해 보이지만 3~5%를 더 낸다. 대만 달러로 결제하면 된다.
- 카드가 되는 곳은 편의점·마트·백화점·대부분의 식당이다. 안 되는 곳은 야시장, 작은 식당, 택시, 교통카드 충전이다.
통신 — eSIM 하나로
한국에서 eSIM을 미리 사 간다. 30일 무제한 기준으로 두 사람 8만 6천 원쯤이다. 현지에서 실물 유심을 사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eSIM으로 정했다.
이유는 도착 공항이다. 우리가 내리는 공항은 규모가 작아 통신사 카운터가 항공편 스케줄에 맞춰 열고 닫는다. 도착 시간에 창구가 닫혀 있으면 첫날 내내 데이터가 없다. eSIM은 비행기에서 내려 켜기만 하면 되니 그 변수가 사라진다.
대신 하나를 포기한다. eSIM은 데이터만 되고 전화번호가 나오지 않는다. 현지 번호로 본인 확인을 하는 서비스는 쓸 수 없는데, 공공자전거 회원가입이 대표적이다. 숙소 와이파이가 회의 때 불안하면 휴대폰 테더링으로 넘기려고 한다.
입국신고서를 안 하면 입국이 안 된다
준비하면서 가장 놀란 게 이거다. 2025년 10월부터 대만은 종이 입국카드를 없앴다. 기내에서 나눠 주던 그 종이가 이제 없고, 온라인 등록이 필수다. 안 하면 입국 심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TWAC 온라인 입국신고서 — twac.immigration.gov.tw
무료이고 5~10분이면 끝난다. 등록 후 72시간 안에 입국해야 유효하니, 너무 일찍 하면 다시 해야 한다. 우리는 출발 사흘 전으로 날짜를 잡아 뒀다. 넣는 건 여권번호·항공편·대만 첫 숙소 주소다. 마지막 것 때문에 숙소 한자 주소를 미리 꺼내 두는 편이 좋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하는 것도 대만 입국 요건이다. 비자는 한국 여권으로 90일까지 필요 없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
- 숙소 무료 취소 마감일 — 네 곳의 마감일이 다 다르고 가장 빠른 곳은 체크인 2주 전이다. 숙소비 편에 표로 적어 뒀다.
- 예약 확인서의 정식 명칭과 주소 — 같은 브랜드의 다른 지점으로 가는 사고를 막는다. 한자 이름과 주소를 캡처해 두면 택시에서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 온라인 체크인 — 저비용항공사라 좌석을 미리 잡아 두는 편이 낫다.
- 여행자보험 증서 — 종이로 뽑아 여권과 같이 넣는다.
- 회사 쪽 정리 — 근무하는 날과 쉬는 날을 팀에 공유했는지, 회의 시간이 겹치는 날은 없는지. 시차가 한 시간이라 크게 걸릴 건 없지만, "이 사람이 지금 일하는 중인지"를 팀이 알 수 있게 해 두는 게 워케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표를 다 만들고 보니 한 사람 하루 9만 원이다. 그 안에 호텔과 기차와 야시장이 들어 있다. 그런데 집세와 공과금은 여기서 빠져 있다 — 그건 한국에서 그대로 나간다. 한 달 살기를 「생활비를 아끼는 방법」으로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 있다. 우리는 한 달치 생활을 두 군데에서 굴리는 셈이고, 그 값을 알고 시작한다.
짐은 다음 편에 따로 적었다. 28일을 가는데 옷은 닷새치만 쌌고, 가방은 여섯 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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