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빨래방

여행다녀오느라 2주간 집을 비워놓은 사이 서울에 몰아닥친 엄청난 추위덕에 세탁기가 또 말썽이다

아무래도 급수부가 얼어버린듯하여 뜨거운물도 부어보고 드라이기로 쬐어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어 

결국 캐리어에 빨래감을 주워담아 동네 코인빨래방으로 향했다

외국영화에서 흔히보던, 배낭여행할때 묵은빨래를 할때나 가봤던 빨래방을 이렇게 일상적인 날에 와볼줄이야

약간은 서글프기도 하면서도 왠지 타지의 낯선 객이 된 느낌에 약간은 설레기도



세탁은 20-25분쯤


건조는 25-35분쯤 


, 자판기에서 500원짜리 바운스라는 걸 사서 넣으면 섬유유연제 기능을 한다


30분만 돌리니까 약간 빨래가 축축한 느낌, 다음엔 온도를 더 높여서 건조시켜봐야겠다

바운스도 두장넣고.. 한장으로는 향이 거의 안나는거 같다



앉아서 기다리는동안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버리는바람에 

게임을 멈추고 음악도 들리지 않으면서

빨래 내음, 세탁기의 진동, 건조기의 소음, 티비 소리

갑자기 생각이 났다!


기숙사에서 살던 4년동안 매주 반복됐던 그 시간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거다

수십대의 세탁기와 건조기 소리와 티비 소리, 

빨래를 기다리는동안 탁구를 치기도 하고, 

삼삼오오모여 치킨이나 탕수육을 시켜먹기도 하고, 

시험공부를 하기도하고, 

그림도 그리고,

빨래를 안해도 괜히 수다도 떨고,

가끔은 바깥에 사는 아줌마아저씨들이 몰래 빨래를 하고 가기도 하고,

추리닝 바람으로 찰싹붙어서 염장질하는 커플 구경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누군가 자기빨래를 넣으려고 내빨래를 마구 빼놓으면

불쾌해하기도하면서 나도 꼭 누군가의 빨래를 그렇게 팽개치기도 하고,

따끈하게 구워진 보드라운 옷을 그 자리에서 바로 걸쳐보기도 하고,

매번 세탁바구니에 빨래를 모아 다른 건물에 있는 공용세탁실까지 내려가야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건 그냥 일상이고 또하나의 즐거움이었던것 같다

이제 혼자 사는 집에서 더이상 빨래라는 행위에는 그 자체 외에 다른 경험이 낄 틈이 없게 되었다


굳이 세탁기가 얼어 버리는 바람에

찬바람에 숨이차 기침을 하고 다리 근육의 피로를 느껴보고

내가 걸치던 껍데기의 무게가 얼마나 되나 부피가 얼마나 되나 몸으로 느껴보고 

세탁기 진동을 느끼며 고구마를 먹는다거나

같이 빨래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괜히 한마디를 나누어본다거나

가방에서 시집을 꺼내 읽으며 감상에 젖어보기도하고

금방 건조기에서 꺼낸 따끈한 빨래에 잠시 촉각을 집중해보기도 하고

오가는길에 오코노미야키와 오뎅과 닭꼬치 향을 맡으면서 침도 흘리고

또다시 열흘남짓을 생활해나갈수있는 깨끗한 수건과 옷들이 준비되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어릴적 가족이 모두 밖에 나간 사이 고모할머니가 다녀가신 자리에 놓여있던

다림질까지해서 곱게접혀있던 빨래들도 떠올려본다


저리 된 세탁기가 밉지많은 않은 밤이다





(그래도 빨리 날이 풀려서 이번주말에는 집에서 빨래를 하면 더 좋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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