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1. 출국



141024


내일 드디어 떠나네- 아 설렌다. 내일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날밤 이런 기대를 하면서 뒤척이다가 잠들어 본적이 없는것 같다.


출국을 불과 2-3일 앞두고서야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가이드북을 사고, 

부랴부랴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다니고, 

두달간 비어있을 집의 대청소를 하고, 

몇군데 숙소와 기차표를 예약하고, 

허리는 점점 아파오고, 

짐 싸느라 무리해서 감기기운까지 올라오는 와중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잠시라도 쉬어야겠다며 

너무 깊이 잠들지 않게 불은 환하게 켜둔채 

'두시간만 잠시 자고 눈떠야돼 꼭 떠야돼 안뜨면 큰일나는거야 망하는거야'라고 주문을 외다가

어느덧 알람이 울리고 벌떡 일어나 부리나캐 달려나가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꼭 뭔가 빠뜨렸다는걸 깨닫고 

역시 난 엉망이야!라고 자학하다보면 

여행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는걸 늦게서야 깨닫는다. 




세번의 출장에서 쌓인 마일리지에다가, 

입사하고서 만든 신용카드는 다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으로 대동단결하고서 열심히 긁었더니 

비즈니즈마일리지항공권이 나왔다

비즈니스말고 이코노미로 했으면 동남아 한두번은 더갔다왔을텐데 

허리가 아직 정상은 아니니까 배낭여행객치고는 엄청난 사치를 부려본다

언제 또 이렇게 타볼수 있을까 ㅠ


마일리지항공권으로는 유럽에서 파리,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 이 네군데로만 갈수 있다. 

던은 다른 세곳보다는 조금더 비싼데 그 이유를 타고보니 알았다. 

이코노미 좌석에서 좀 넉넉한 정도의 좌석 스타일이 아니라 

아예 전신을 뻗고 누울수있는 초호화 침대형(?) 좌석이었다. ㄷ ㄷ 

(반대로 돌아오는 편인 파리-인천 구간은 그냥 의자를 뒤로 젖히는 형태)





록시땅 크림과 양말 안대 등등 몇가지가 포함된 어매니티와

레스토랑급 정찬..그리고 와인셀렉션..



감기기운 만땅이라 아쉽게도 술은 많이 못마셨다 (식전 식중 식후 한잔씩 밖에 안했..?)

보통 비행기 타면 힘들어서 오매불망 언제도착하는지만 기다리게 되는데

비즈니스클래스는 자는 시간도 아깝고(?) 자다가 눈뜨면 아이고 이제 얼마 안남았네 아까워라 더 있고 싶은데 아쉬워하게 된다

(설레고 적응안되는 서민)


비행기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가이드북이고 예약확인서고 다 꺼내서 펼쳐놓고 본격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이것도 항상 반복된다. 미리 좀 준비하면 좋을 것을. 물론 준비를 열심히하지 않아도 도착해서 대강 살다보면 다 살아지긴 하지만, 숙소에서 인터넷을 뒤적거린다거나 길에서 헤맨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버리면,  여행 그 순간을 즐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걸 나중에서야 후회한다. 비행기에서야 처음 제대로 스케쥴을 확인하다보니 출발전날밤 급히 예약한 건들에서 문제가 속속 발견되기 시작한다. 그라나다 숙소는 야간기차 일정이 헷갈려서 하루전날 체크인으로 예약해서 하루를 날리고, 론다에서는 두군데 숙소 모두 11월이 아닌 12월로 예약해버려서 또 날렸다 (급한와중에 싸게 예약한 숙소는 꼭 취소가 안되더라) 특히 론다 숙소는 다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인기 숙소인데 예약에 성공해서 엄청 기뻐했었는데..역시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리는 없다




12시간 정도후 저녁 7시경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는 호강해놓고선

이렇게 생긴 숙소에 도착했다.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킹크로스역과 가까운 런던제너레이터호스텔 8인실 도미토리. (링크)

밤에 도착하다보니 지하층 2층침대 윗칸에 배정을 받았다. 이 방 사람들은 어째 밤 10시에 벌써 자고 있었다. 불끄는 버튼이 입구에 하나밖에 없어서 나도 짐도 제대로 못풀고 일단 압박암에 일찍 감기약먹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8시인데도 다들 아직 자고 있어서 불도 못켜고 그냥 누워있었다. 여러모로 맘에 안드는점이 있어서 방을 한번 바꿀까 했었는데 짐 다시 싸기가 귀찮아서 그냥 지냈다

내 아래층에는 아인슈타인닮은 80살 넘은 할아버지가 쭉 지냈는데, 

엄청나게 많은 짐을 여기저기 널어두고서 어떤 날은 아예 자러 들어오지도 않고, 가끔 얼굴 볼수있는 날엔 혼잣말(혼잣말이 아니라 대화의 수준으로) 계속 중얼 대는통에 정신이 나간 할아버진가 싶다가도, 잠깐 나랑 부딪히기도 하면 정말 정중하게 사과하는거 보면 또 멀쩡한가 싶기도 하다가, 일찍 잠드시는 날이면 눈뜨고 주무셔서 죽은줄알고 진짜 깜짝놀래길 여러번이었다 ㄷ ㄷ ㄷ 무서워서 말을 거의 안하고 지냈는데 헤어질때쯤에야 그냥 세계일주중이시고 런던에서 인도로 갈 예정인 건장한 할아버지였을뿐이었다는걸 알게됐다. 

이 호스텔에서 일어난 일이나 묵었던 이들에 대해서 기억이 많긴 하지만 나에겐 별로 중요하진 않은것 같고, 그냥 젊은이들이 북적대고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핫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더럽고 불편했다. 그럴수록 이용자들도 더 함부로 쓰는 법. 매일 청소를 안하는 모양인지 항상 방안이고 세면대로 더러운게 그대로여서 인포에 몇번이나 청소좀 해달라고 부탁할 지경. 겉은 번지르르 멋있어보이는 인테리어였지만, 실제 경험면에서는 안좋은 디자인이라는게 낱낱이 드러났다. 다음에 숙소 총정리 글이나 한번 써보아야겠다. 아주 사소하지만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중요한 접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