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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작은 집을 권하다
이번 이사 때 집 크기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면서 버려야할 것도, 포기할 것도 많아 속상했다.
그러나 3주쯤 지나니 적응이 되어 혼자 지내기에는 아무 무리가 없이 딱 만족스럽다 (물론 친구들을 초대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소비와 소유라는 측면에서 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사하기전 즈음에 읽었더라면 상처가 좀 덜 남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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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자신이 무엇을 우선시 하고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자기와 소유물과의 관계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요치 않은 물건을 배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이 그 어떤 물건보다도 우위의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사려고 하거나 갖고 있는 물건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그저 스트레스 해소만을 위해 사들이거나 타성에 젖어 소비하는 습관은 아닐까?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의 나는, 내가 바라는 새로운 삶의 모습에 어울리는 나인가?
‘잘 팔리는 것이 정의’인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은 큰 의미도 없는 물건들을 어떻게 꾸며놓아야 대량으로 팔 수 있을지 궁리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사지 않을 줄 아는 센스,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버리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이 아닌 정보 차단 능력이다
이 물건 덕에 우리가 정말 편해질 수 있는걸까?
물건이라는 것의 속성은 원래 그렇다. 선인들로부터 지식을 이어 받아 시간을 들여 만들든, 돈을 모아 사든 빌리든 간에, 한 번 갖게 되면 소유하고 나서도 도둑맞지 않은 장소를 확보하고 관리 및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며 적절한 시기와 용도에 맞게 주의하고 때로는 수리하거나 세금을 내야 한다. 처음과는 달리 나중에는 마음대로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물건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는 것이다. 소유한 물건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물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건이 인간의 행동 양식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물건과 도구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작업이나 역할을 지나치게 편리한 물건만 맡기면서 나 자신이 과연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 점점 각종 물건들이 주위에 차고 넘치다보면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삶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입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건 우주만큼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갖고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다. 평수가 얼마나 됐든 내집, 나만의 우주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그곳에 광활한 세계가 펼쳐지는 곳, 그런 곳이라면 집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물건을 소유하는 일에 대한 부담 혹은 피로감. 그 물건을 갖고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야하는데도 자유로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억울한 기분.
우선 모든 물건은 예외 없이 자본이다. 사들이는 시점에서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그리고 그 소비를 만회하기 위해 그떄부터 물건을 열심히 사용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 물건을 샀을 때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이 고정되어 결국 미래까지 결정되어 버린다. 자신의 가치관에 변화가 있어도 물건은 그 변화를 따라와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과 주변의 물건이 만들어내는 환경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개인정신주의. 사람들의 정신적측면과 관련해 가인주의적 성향을 존중한다는 의미. 개인정신주의는 개인의 마음속이 평온하고 자유로운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균형이 잡힌 부라는 것은, 그 상태를 위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개인의 내적 균형이 지구 전체의 균형이 이어져야 한다.
어쩌면 언제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누군가 존재했다는 증거조차 남지 않도록 발전해온 것이 문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을 비롯한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게 만들어가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집주인 스스로 못을 박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편안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안도감. 집과 집주인의 조화.
경제로부터의 자유 :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즘의 풍조와 거리를 두는 것. 스스로 판단하는 것. 통제하는 정신력.
현대 사회는 ‘경제로부터의 자유’라는 가치가 완전히 추락한 사회다. 그래서 오히려 특정한 책임이 없는 신분이 ‘사회인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책무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 늘 뭔가 해야 할 일을 껴안고 분주하게 사는 사람이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는다.
‘쳇바퀴 경제’는 어떤 희생을 요구해왔는가
물건과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기 이전의 것, 즉 사람의 마음 때문에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찾으려 한다.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면 될지, 전달된 물건에 무엇을 추가해서 어디로 갖고 가면 될지, 던져진 말에 어떻게 대답하면 될지 등의 규칙을 익히기 이전의 사람 마음, 기계화되기 이전의 사람 마음, 봐야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멋대로 선별하기 이전의 사람 마음.
'경제속에서의 자유’에 의해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지배당하는 ‘쳇바퀴 경제’. 진짜 문제는 쳇바퀴 경제가 ‘사람의 마음’을 교묘하게 지배하여 돈벌이나 소비에 관한 절대적인 예찬의 윤리를 만들어낸다는 점
작고 닫힌 공간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지켜주면서도 의식을 크게 여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는 어쩌면 외부와의 교류가 넘치는 열린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기억과 상상을 억압하면서 그 중요도에 서열을 매겨 그에 따라 생각하는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경험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시말해 의식을 크게 열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외부로부터 닫힌 생활 환경과 평온을 획득할 시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느 순간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기억과 경험과 상상의 세계,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자유, 그리고 그것들을 묶어 한 인간으로서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자아’라는 존재를 문득 깨닫는다. 동시에 그 자아를 억압하고 사고 형태를 획일화하려는 외부의 압력과, 내적인 세계 따위는 없다는 듯 내 주위에 접근하고 있는 거대한 사회의 존재를 감지하기도 한다.
일부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 :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나가고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단계
저절로 단순해지는 것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생활을 채우고 그 외의 것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방법
의도적으로 의도적인 것을 배제하기
자본주의적인 가치관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게 더 단순한 삶인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그토록 긴 역사 속의 극히 부분적인 이데올로기 안에서 미련하게 춤추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속삭임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범주의 지식을 넘어서 내가 보는 세상, 다시 말해 자신의 시야와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준별해나가는 과정은 사람의 성장 과정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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