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EUROPE] 돌아와서





2014년 10월 24일 - 12월 11일 (49일)

런던 - 스페인 - 포르투갈 - 파리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야, 출발전에도 여행중에도 못채웠던 일정표를 완성했다. 


언제 아팠냐는듯 49일간 씩씩하게 잘도 돌아다녔네. 

언제나 비가오고 흐리고 추웠지만-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그리고 많이 보았다

여행책에 나올법한 혹은 주변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별로 없고, 사건이나 인연이나 깨달음도 없고, 멋드러진 사진이나 에세이도 없다. 드로잉은 좀 열심히 했는데 그마저도 속시원하게 하고싶은만큼은 다 못하고 왔다. 돌아와서도 계속 이번 여행에 관해서 그리고 싶은데 학교들어갈 준비를 해야해서 있는거 정리만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할것 같긴하다.

사진과 그림만 너무 많아서 어떻게 정리를 시작해야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너무 심각하지 않게 하루하루 일기형식으로라도 이 블로그에 기록을 해둘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곧 다 희미해져버릴것 같아서. (이미 한달전부터 기억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드로잉은 인스타나 텀블러에 따로 정리하고. 


아마 스무살 즈음, 어른이 되고서부터 회사를 관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지냈던것 같다. 회사를 관두려면 우선 회사를 다녀야하지 않겠는가? 이 얼토당토않은 이유가 경제적인 부분만큼이나 회사생활에서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러고서 세계일주를 떠났으면 멋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세계를 토막토막 쪼개서라도 여행하는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쉽게나마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주간 인도, 라오스, 잠비아, 오사카, 도쿄, 필리핀, 제주도, 미국출장 두번, 중국출장 한번- 조각들을 채워나가는 마음으로 - 을 다녀왔고, 조금이나마 길게 떠날수있는 퇴사찬스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가고싶은 곳이야 끝없이 나열할수 있을것 같지만 1순위는 태국-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을 엮은 동남아 배낭여행, 2순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3순위는 터키와 동유럽, 4순위는 남미 등등등등등. 근데 허리가 아프게 되면서 2월에 떠나려고 했던 여행 일정이 기약없이 밀릴뿐만 아니라 배낭을 매는건 절대 안될것 같아서 캐리어를 끌고 갈수있는 스페인으로 결정하게 됐다. 스페인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서 몇년전 그곳에 다녀온 박바가 크리스마스에는 반팔에 가디건 하나만 입고 돌아다닐수 있다고해서 아 가보아야지 했던게 전부.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덜컥 편도 비행기표를 우선 예약하고 스페인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보며 어디를 얼마나 돌아다녀야할지 결정해야겠다며 준비를 시작(만)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여행 준비는 시작은 그냥 아주 작은 티끌일뿐인것 같다. 여행준비라는건 여행을 마칠때까지도 끝날수가 없긴하다)


원래는 스페인 여행이라고 불렀을만큼 스페인 위주의 일정이었는데, 항공편 사정때문에 런던과 파리 일정이 생기고, 간김에 들러야한다며 포르투갈이 붙으면서 그냥 유럽여행이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바도 크게 없었다. 그냥 떠날수있고 걸을수있다는 그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많이 아팠던 지난 겨울, 집앞 산책조차 부담스러워 15분이상 걷지 않도록 핸드폰에 알람을 맞추고서 집을 나서야 했었던 그때에, 인생의 끝자락에 온 노인마냥 더 젊음을 누리지 못한것을 서러워하며 아직 다 밟아보지도 못한 세계의 땅들은 다음 생애에서나 가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절망에 빠져있으면 가끔 남자친구나 병원사람들이 간신히 건져내어주곤 했던 때가 있었다. 꽃보다할배에서 할배들이 생의 마지막 방문인데 하면서 한번더 둘러보고 그곳에 와있음을 감사하던 장면을 보면서 할배의 마음으로 펑펑펑 울었던 때가 있었다. 여행중에도 아예 안아픈건 아니었지만, 무리하기전에 쉬고 치유하며 스스로를 돌볼수있는 여력도 생겼고, 많이 걷다보니 예전에 비해 단단해지고 건강해진 느낌이다. 여행하기에 충분한 컨디션이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춥다는 핑계로 집에만 은둔하고 있으니 다시 아파지는것 같다. 기분 탓인가. 조심해야겠다. 특히 사진정리와 블로그 작성하는데에 너무 집중해서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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