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일기 2011. 7. 3. 01:28

갇혀버린 경험


에버노트의 열렬한 팬이기는 하지만, 무겁기도 하고 네트웍의 압박이 있어서 아무래도 간단하고 급박한 메모는 아이폰과 갤탭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메모 어플에 주로 하게 된다. 손톱이 긴 여자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터치로 글자쓰기가 너무 싫어서 기껏해야 키워드 정도만 입력하던 터였으나 이번에 블투 미니키보드를 구입하고는 탭에서 장문을 입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발견된 갤탭 메모의 치명적인 문제! 책 보면서 기억할만한 문장들을 메모장에 열심히 입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더이상 입력할 수가 없단다. 기껏해야 3페이지인데.. 아마 개발팀에서는 메모리 문제 때문에 입력가능글자수를 제한해야 된다고 했다거나 , 메모는 길게 입력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추측하에 그런 제안에 ux디자이너가 동의했을 지도 모르고, 사용성을 검증하는 이들은 테스트일뿐이니 3페이지씩이나 입력해볼일이 없어서 제한이 있는지도 몰랐거나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터치패드에서 손끝으로 조심스레 몇단어만 메모했다면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투키보드로 확장된 입력 경험에 굉장히 만족하며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 메모어플리케이션에 신뢰감이 형성되려는 순간 입력글자 제한이라는 벽 덕분에 그 흐름이 단절되고 말았다
신나게 적다가 언제 글자수가 다찰지 몰라 중간중간 완료 버튼을 누르고 새 메모를 이어서 작성하는 패턴이 반복되자 차라리 다른 메모어플을 찾아볼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웹서핑을 하다가 읽을만한 긴글을 클리핑해서 메모장에 붙여놓고 다음에 읽고 싶게 되더라도 그 글이 글자제한 때문에 잘리게 될까봐 그런 시도는 하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메모어플에서 에버노트의 다양한 기능이나 마켓에 널려있는 새로운 컨셉들의 메모같은것들을 바라던 것은 아니다.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겠지만, 섣불리 사용자를 임의의 잣대로 가두어 두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만든 사람의 의도보다 더 풍부한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었을 법한 기회를 놓쳐버리게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이 글도 메모어플에서 입력하고 있는데 몇 줄이나 더쓸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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